편집자주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지난해 연말 롯데케미칼을 시작으로 한 롯데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설로 그룹 핵심 축 롯데쇼핑까지 홍역을 치렀다. 현재 롯데쇼핑의 유동성은 ‘이상무’다. 만기를 앞둔 차입금 규모가 만만치 않지만 롯데쇼핑 내 현금성자산 및 미인출한도 등으로 상환 가능하다. 지난해 말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 한편 부채비율 등 재무적 수치도 개선했다.
롯데쇼핑은 한층 나아진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해외사업, 리테일 테크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효율적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다만 그간의 재무개선이 실질 현금 유입이 수반된 성장이라 보기는 어려운 만큼 사업구조조정의 실제 성과 및 자체 경쟁력 제고가 급선무라는 분석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 롯데쇼핑의 만기를 1년 내 앞둔 차입금 규모는 2조1757억원가량이다. 사채를 포함한 유동차입금이 6500억원, 비유동차입금의 유동성 대체 부분이 1조5257억원 등이다.
적잖은 규모지만 롯데쇼핑 내 유동성으로 해소 가능하다. 작년 3분기 말 별도기준 롯데쇼핑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5163억원가량이다. 미인출한도도 남아있다. 기업어음(CP) 한도가 1000억원 정도 있으며 구매카드 2400억원, 당좌차월 300억원 정도 추가 한도가 있다.
이에 더해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들이 상당하다. 유동매출채권이 3240억원, 유동미수금이 2096억원 있다. 다 끌어모으면 2조3300억원 정도된다. 작년 4분기인 10월 28일 4900억원 규모의 거액 차입금 만기가 돌아왔는데 이를 해소하고도 곳간에 여유가 있었다.
한편 롯데쇼핑은 2025년 새출발에 앞서 작년 연말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도 개선했다. 지난 2009년 마지막으로 자산 재평가를 진행했는데 15년 만에 이를 다시 꺼내들었다. 토지 자산 가치를 높여 재무적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시도였다. 지난 15년간 폭등한 부동산 가격이 반영되면서 자본 증가와 부채비율 축소, 신용도 개선 등 큰 폭의 재무 건전성 제고 효과가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층 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롯데쇼핑은 2025년 해외 사업 및 리테일 테크 등 미래 신사업에 집중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2022년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1.0’을 통해 점포효율화 등 덜어내는데 집중했다면 작년 시작된 ‘트랜스포메이션 2.0’에서는 신사업 추진을 더해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올 한해 동남아 시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사업 및 AI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에 자본적지출이 집중될 전망이다.
다만 사실상 현재 롯데쇼핑이 자금 유입이 없는 재무구조 개선을 기반에 두고 있는 만큼 신성장 동력을 불어넣을 만큼의 체력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불어난 자산 평가액을 자본으로 전입하면서 여러 재무 비율이 좋아졌지만 이는 회계상 개선이지 실질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 자본조달 비용 감축 정도가 실질 효과다.
이에 따라 실제 재무체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적 성장을 동반한 현금유입과 현재 추진 중인 비핵심자산에 대한 사업구조조정 결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5년 동안 매출액의 하락세가 보이고 있다. 2023년에 들어서면서 엔데믹 이후 리오프닝 효과가 둔화했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로 접어들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가운데 판관비와 기타비용 절감으로 순이익을 방어 중이다. 장기적인 성장세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롯데쇼핑 구조조정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작년 매출 하위 점포로 꼽히는 롯데백화점 마산점을 폐점한 롯데쇼핑은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도 추진했지만 사실상 작업이 중단된 상태로 전해진다.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예비실사 단계에서 용도변경의 근본적 한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의 다른 비핵심 자산 매각 계획 역시 속도를 받진 못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