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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그 이후

하림지주 자금줄 팬오션, 주식담보 '부메랑' 되나

②팬오션 보유 지분의 73% 담보 활용, 주가 하락시 '마진콜' 부담감

홍다원 기자  2025-01-24 15:05:27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하림지주는 팬오션 인수 2년 만에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인수를 검토했을 때부터 구체적으로 상환 계획을 짠 덕분이다. 인수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막대한 차입을 일으켰지만 일찍이 조달금리를 낮춰 재무 부담을 줄였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재무 체력을 쌓아야 하는 하림지주에게 팬오션 지분은 든든한 자금줄이 됐다. 하림지주는 팬오션 주식을 활용한 담보대출은 물론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다만 담보로 잡은 팬오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하림지주는 보유한 팬오션 지분의 72%를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 비중이 높은 만큼 팬오션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향후 하림지주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대출 연장이 불리해질 수 있다.

◇팬오션 인수 2년 만에 '인수대금' 전액 상환

하림지주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팬오션 인수 전후를 기점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팬오션을 인수하기 전 연결 기준 하림지주의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1조6538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2015년 하림지주 총차입금은 4조317억원으로 1년 새 급증했다. 1조80억원의 팬오션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을 확대한 영향이다. 인수대금에는 팬오션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8500억원과 회사채 인수 1580억원이 포함됐다.

유상증자 대금은 하림지주가 6800억원, 재무적 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가 1700억원을 각각 책임졌다. 하림지주는 6800억원 중 2900억원은 자기자본으로 마련할 계획을 세웠지만 증자 대금의 절반 이상인 5680억원을 차입했다.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하림지주 부채비율은 182.5%에서 261.7%로 상승했다. 이에 따른 금융비용이 증가했고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다. 2014년 326억원에 그쳤던 금융비용은 2015년 815억원, 2016년엔 1176억원까지 급증했다.

재무 부담이 커진 하림지주는 곧바로 상환에 나섰다. 하람지주는 팬오션 인수를 검토할 때부터 구체적인 상환 계획을 짰다. 계열사 간의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2016년 5680억원 중 2380억원을 갚았다.

2017년에는 남은 차입금 33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 IPO를 추진했다. 하림지주 상장으로 공모자금 4219억원을 확보했고 남은 금액을 일시 상환했다. 인수 2년 만에 팬오션을 위해 차입했던 금액을 모두 갚았다.

◇적극적인 '팬오션 지분' 활용, 주가 하락은 부담

인수금융으로 인한 부담을 덜어낸 하림지주는 본격적으로 팬오션을 그룹의 자금 조달 중심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림지주는 팬오션을 인수하기 전에도 보유한 계열사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왔다.

팬오션의 최대주주가 된 이래로 꾸준히 팬오션 지분의 대부분을 담보로 활용해 자금을 끌어오거나 기존 대출을 연장했다. 배당금을 제외하면 마땅한 수익 원천이 없는 만큼 팬오션 지분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하림지주가 팬오션과 체결한 주식담보 계약은 총 8건이다. 하림지주는 팬오션 주식 2억9253만3115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억1165만7535주를 담보로 잡았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 묶인 담보 비중은 72.3%에 달한다.


EB도 발행했다. 하림지주는 지난 2022년 팬오션 보통주 1603만8951주를 교환 대상으로 총 1120억원을 조달했다. 교환가액은 6983억원이다.

문제는 팬오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팬오션 주가는 3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하림지주는 2024년 7월 EB 만기가 돌아왔지만 주가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교환 가능성이 낮아지자 상환을 위해 공모채를 발행했다.

향후 하림지주의 부담이 커질 여지도 있다. 하람지주는 한국증권금융 차입금에 대해 담보유지비율 110%를 설정했다. 담보로 맡긴 팬오션의 주식평가액이 110% 아래로 떨어지면 하림지주는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반대매매를 통해 담보를 보충해야 한다. 추후 대출 만기 연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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