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정진완 행장 체제를 맞아 조직 편제에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담당 업무를 세분화하고 조직을 분리해 운영했다면 올해부턴 본질이 같은 그룹을 통합하기로 했다. 은행 시각에서 분리한 업무를 기준으로 조직을 편성하지 않고 고객 관점에서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정 행장의 지론이다.
지주와 통합 조직으로 운영되던 리스크관리그룹은 별도 조직으로 분리됐다. 은행권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불필요한 결재 절차 없애고 고객 집중 2025년 우리은행 조직 개편으로 개인그룹, WM그룹, 기업그룹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개인그룹은 기존 개인그룹과 부동산금융그룹이 통합돼 만들어졌다. WM그룹은 자산관리그룹과 연금사업그룹 통합으로 탄생한 곳이다. 기업그룹은 중소기업그룹과 대기업그룹이 합쳐지면서 출범했다.
개인그룹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부동산금융그룹이 주로 다루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는 차이가 있으나 통일된 부동산 업황 분석과 전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연금사업은 자산관리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비즈니스인 만큼 통합해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다. 대기업그룹과 중소기업그룹은 담당 고객이 다를 뿐 기본적인 영업 행태와 채널 관리 방식이 유사하다.
이같이 일맥상통하는 업무를 세분화하고 별도의 그룹에 편제하면서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게 정 행장의 진단이다. 특정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복수 그룹 담당 임원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구조적으로 고객 불편이 발생하면서 우리은행의 영업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부문제를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은행은 지난 2년간 기업투자금융부문과 국내영업부문을 뒀다. 2명의 부문장이 주요 그룹을 이끌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였다. 부문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그룹간 이견을 조율하고 빠른 업무 진행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오히려 결재 임원이 1명 더 추가되는 결과를 낳았다. 부문제 폐지와 주요 그룹 통합으로 의사결정 체계가 단순화됐다는 평이다.
◇리스크관리 체계 지주와 이원화, 변동성 대응 초점 지주와 은행이 함께 운영하던 리스크관리그룹은 별도 체제가 됐다. 올해부터 지주 리스크관리부문과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담당 임원도 다르다.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장과 김지일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이 각 조직을 이끈다.
우리금융이 지주와 은행 단일 리스크관리 조직을 운영해 온 건 그룹 내 은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 이후 우리은행 자산과 순이익이 전체 그룹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조직을 분리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앞으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해야 하는 만큼 지주와 계열사 리스크관리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은행권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도 우리은행 전담 리스크관리 조직과 임원이 필요했던 요인이다. 최근 미국과 국내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자본비율 관리와 영업 전략 수립에 필요한 리스크관리 계획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은행은 김 부행장을 주축으로 확대되는 변동성에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