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GS그룹 종합무역상사 계열사인 GS글로벌은 이번 이사회 평가에서 유독 미진한 성적을 거뒀다. 국내 7대 종합상사 가운데 제일 낮은 총점을 획득했다. 그룹 내 계열사 가운데서도 평가결과가 가장 좋지 못했다.
점수를 끌어내린 주된 원인은 구성과 경영성과 부문이다. 두 부문 모두 1점~2점 초반에 머물렀다. 수익성은 물론 재무 지표에서도 최하점을 거둔 탓이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반적 구성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55점 만점에 117점, 국내 7대 상사 가운데 '최하'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등을 참고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를 나누고 이사회 구성과 활동 등을 평가했다. GS글로벌은 255점 만점 중 117점을 받았다.
이번 평가에는 다수의 상장 종합상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SK네트웍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삼성물산, 현대코퍼레이션, 효성티앤씨 등이다. GS글로벌까지 포함해 흔히 7대 종합상사로 꼽히는 기업들이다. 회사 규모나 사업 방향은 차이가 있지만 상사를 모태로 출발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대부분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라는 점도 같다.
다만 이사회 평가 점수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삼성물산(209점), SK네트웍스(180점) 등 타 업종과 비교해도 후한 평가를 받은 곳들과 총점 대비 50%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얻은 기업이 공존했다. GS글로벌의 점수는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이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이번 평가에는 지주회사인 GS(159점)는 물론 GS리테일(174점), GS건설(148점) 역시 포함됐다. 모두 총점 대비 50% 이상의 점수를 기록했다. 경쟁사는 물론 그룹 내에서도 유독 이사회 운영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부문은 경영성과다. 평점은 5점 만점에 1.4점이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주가수익율(PER), 총주주수익률(TSR) 등 투자 부문 지표가 모두 1점대였다.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 등 재무건전성 관련 지표도 마찬가지였다.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5점대를 기록한 것이 그나마 성과다.
◇이사회 구성 '다양성' 아쉬움…정보접근·참여도 '선방'
가장 기본적 지표로 볼 수 있는 이사회 구성도 평균 이하 점수를 기록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아니기 때문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운영 중인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실제 소위원회 3곳 중 2곳의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둔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체적 운영은 아쉬움을 남겼다. 2023 회계연도 기준 감사위원회만 5회 개최됐고 나머지 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사외이사의 비중 역시 50% 미만이기에 1점대를 기록했다. 이사진이 모두 남성으로 구성된 점, 별도 지원 조직이 없는 점도 평가를 낮춘 요인이었다.
정보접근성 측면에선 점수가 나쁘지 않았다. 평점은 5점 만점에 3.2점을 기록했다. 이사회와 개별 이사 활동 내역을 공시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히며 만점을 받았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상의 핵심지표 준수 비율도 60% 이상으로 나타나 평점 4점을 받았다. 감사 활동과 주주총회 운영 등의 원칙을 지킨 덕분이다.
참여도 부문도 2.9점으로 평균 이상의 평점을 기록했다. 참석율과 자료 제공, 사외이사에 대한 교육 등이 이뤄진 점이 평균 점수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향후 사외이사 후보 풀(pool) 관리, 지원지조직 강화 등이 이뤄질 경우 더욱 평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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