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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유동성 점검

LG화학, 차입규모 5년간 7조 증가…'NCC 매각' 절실한 이유

순차입금 8조 돌파…투자 축소·NCC 매각 '현금' 확보

박완준 기자  2024-12-04 14:58:18

편집자주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재계에 퍼지면서 재무 위험성의 경종을 울렸다. 특히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큰 타격을 입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에 관심이 쏠린다. 부진한 실적에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재무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석유화학 업계가 연일 자산 매각설에 휩싸이며 재무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을 점검하는 이유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는 나프타(가연성 액체 탄화수소 혼합물)를 이용해 전자기기와 의류,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합성수지와 합성섬유 등 기초 화학제품에 주력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쌀'로 불리며 수출 효자 산업으로도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급증했던 수요가 각국의 돈줄 죄기와 경기 침체, 엔데믹 전환 등으로 줄어들면서 공급은 거꾸로 과잉 상태로 전환했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발 공급 과잉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유화학 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차입금 10조 넘겨…LG엔솔 IPO 이후 '최대'

LG화학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재무 체력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버팀목이 됐던 기초소재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며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차전지와 첨단소재의 투자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자산을 유동화해 투자재원 확보하는 일이 이상적이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68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조2817억원) 대비 48.8%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 2조5290억원을 거둬 2022년 대비 15%가량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몸집이 쪼그라든 셈이다. 부진한 실적은 누적되며 재무제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돼 온 지표가 3분기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올 3분기 말 기준 LG화학의 총차입금은 10조5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9조8245억원) 대비 6855억원 늘어났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대거 조달한 이후 최대치다. 불어난 차입금에 부채총계도 13조7969억원으로 치솟아 부채비율 66%를 기록했다.

순차입금도 급격히 불어났다. 먼저 LG화학의 올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1471억원 늘어난 2조2431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5385억원 늘어난 8조2669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개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차입금이 현금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 재무 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의 유동비율도 올 3분기 말 기준 148.1%로 집계됐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포함해 1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이 단기차입금을 포함한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유동부채)보다 1.48배 많다는 의미다. 늘어난 차입금에 LG화학의 차입금의존도는 올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LG화학 관계자는 "차입금이 불어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운영 효율화를 통한 투자 축소 등 다양한 전략을 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현금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강화된 수익성을 기반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늘어난 투자에 '재무 부담'…NCC 매각 임박

LG화학의 재무 악화는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차전지와 첨단소재 등의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났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의미하는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올 3분기까지 흑자를 거뒀지만, 시설 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이 늘어나며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로 돌아섰다.

실제 LG화학의 NCF는 올 3분기까지 흑자를 거두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NCF는 978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357억원) 대비 규모는 줄었지만, 흑자를 기록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일찍부터 이차전지와 전지소재 등에 대한 투자로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갖춰놓은 덕분이다.

하지만 CAPEX 규모가 커지며 LG화학의 FCF는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신규 사업에 투자해 잉여현금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실제 LG화학은2022년 1조3875억원의 NCF를 기록했지만, 1조8095억원을 CAPEX로 투자해 FCF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역시 마이너스(-) 1조989억원의 FCF를 거뒀고, 올 3분기 누적도 -521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LG화학은 올해부터 CAPEX 규모를 대폭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LG화학은 올해 CAPEX로 4조원(LG에너지솔루션 제외)을 예정했다. 하지만 올 2분기 실적발표 이후 LG화학은 CAPEX를 3조원대 초중반대로 축소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3분기 실적발표 이후에는 2조원대 중반으로 하향조정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KPC의 자회사 PIC와 매각 지분 비율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지분을 49대 51로 나눠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향성이 거론된다. 매각가는 조 단위로 추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고용승계 등의 문제로 지분 50% 이상 확보하는 것을 PIC에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PIC는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50대 50 또는 51% 확보를 제안해 합의점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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