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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이연제약, 유독 '부진한' 경영성과

11개 항목에서 모두 1점…모자(母子) 경영도 눈길

조은아 기자  2024-12-12 07:42:28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연제약은 1964년 설립돼 순환기 전문의약품과 합성 및 발효 원료의약품을 제조해 판매한다. 이외에도 CT용 조영제 '옵티레이'가 주력 상품이다. 매출은 크게 처방의약품, 오리지널의약품(조영제) 및 원료의약품으로 구성돼 있다.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탓에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한 경영성과 분야에서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가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점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총점 255점에 92점 그쳐, 유독 부진한 경영성과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이연제약은 총 255점 중 92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분기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에서 이사회 구성 및 활동 내역이 평가됐다.

가장 점수가 낮았던 분야는 경영성과 분야였다. 평균 점수가 5점 만점에 1점으로 집계됐다. 전체 55점 만점에 11점이다. 11개 항목 모두에서 가장 낮은 1점을 받았다.

경영성과 분야는 크게 투자와 경영성과, 재무건전성으로 나뉘어져 있다. 투자는 △PBR(주가순자산비율)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TSR(총주주수익률), 경영성과는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ROE(자기자본이익률) △ROA(총자산이익률), 재무건전성은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연제약은 모두 평균치를 밑돌아 1점을 기록했다. 기준이 된 2023년 수치를 살펴보면 PBR은 1.22배, 배당수익률은 0.91%, 주가수익률은 -24.6%, TSR은 -24%에 그쳤다. 나머지 항목 역시 상당히 부진했다.

2022년엔 실적이 좋았던 점이 평가엔 되려 악영향을 미쳤다. 이연제약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 1540억원,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엔 매출 1511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수익성이 악화됐고 그 결과 주가 역시 부진하면서 대부분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밖에 구성,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분야에서도 1점대를 받았다. 이연제약은 별도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에 대한 법적 의무가 가볍다. 이는 많은 분야의 평점이 2점을 밑도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내이사 2명이 모두 오너 일가

가장 점수가 높았던 분야는 참여도다. 평점 2.5점을 받았다. 총점으로는 만점 40점에 20점이다. 참여도 분야에선 이사회 개최 횟수, 사외이사 후보 관리 활동, 감사위원회 개최 횟수, 기타위원회 회의 개최 횟수, 이사회 출석률, 사외이사 대상 교육의 실시 여부, 감사위원회 지원조직 유무 등을 묻는다. 이밖에 이사회 의안(안건)과 관련해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자료가 제공되는지 역시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모두 8개 항목이다.

이연제약은 전체 8개 항목 가운데 4개 항목에서 평균 이상인 3~5점을 받았다. 특히 이사회 출석률에선 만점인 5점을 받았다. 지난해 모두 7차례 이사회가 열렸는데 5명의 이사들이 모두 100% 출석률을 기록했다. 전년과 올해도 마찬가지다. 2022년엔 8차례, 올 들어선 9월까지 6차례 이사회를 진행했는데 역시 출석률이 전원 100%를 보였다.

설치 의무가 없는데도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는 점도 점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연제약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모두 8차례 열리는 등 충분한 의견 교환과 안건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가 낮았던 분야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구성 분야다. 현재 이연제약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이뤄져 있다. 사외이사의 비중이 60%로 낮지 않은 편이지만 사내이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내이사 2명은 정순옥 대표이사 회장과 유용환 대표이사 사장이다. 둘은 모자(母子) 관계로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사회 의장 역시 유 사장이 맡고 있다. 유 사장은 이연제약 지분 28.4%, 정 회장은 이연제약 지분 10.6%를 각각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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