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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현대홈쇼핑, 소위원회 다양성 '강점'‥실적 개선은 과제

255점 만점 174점 획득, 사외이사 평가 체계적 프로세스 구축 '눈길'

정유현 기자  2024-12-10 15:30:22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현대홈쇼핑은 이사회 내 소위원회의 다양성을 갖춘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자산 총액 2조원 이하로 상법상 의무가 없지만 총 7개의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나 감사위원회뿐 아니라 홈쇼핑 사업 특색을 반영해 소비자와 채널 편성 관련한 조직을 운영하면서 경영의 전문성을 높이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들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지만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체제라는 점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견제기능이 준수하고 이사들의 평가에 관련해서 적절한 프로세스를 갖췄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하락 여파가 경영 성과에 반영되면서 육각형에 공백이 생겼다.

◇상법상 의무 없지만 이사회 내 '7개' 소위원회 운영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현대홈쇼핑은 255점 만점에 174점을 받았다.


현대홈쇼핑의 이사회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참여도'다. 5점 만점에 4.6점을 받았다. 이사회 정기 회의 개최 횟수가 연간 12회 이하로 매달 해외가 개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회 구성원들의 연간 출석률은 90% 이상일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현대홈쇼핑의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7개다. 별도 기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법인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사회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다수의 위원회를 꾸린 것이다. 작년 말 기준 현대홈쇼핑의 별도 자산 총계는 1조8505억원이다. 2조원 돌파를 앞두고 현대백화점그룹의 이사회 구성 기조에 발맞춰 선진적인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홈쇼핑의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위원회 △채널편성의원회 △ESG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구성원 3명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됐고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선임 과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4명 중 3명이 사외이사다.

소비자보호위원회와 채널편성위원회는 고객만족도 제고와 홈쇼핑 사업 효율성 강화를 위해 조직했다. 3명의 위원 중 2명이 사외이사이며 업계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만큼 대표이사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수의 기타 위원회 회의도 연간 9회 이상 열리는 등 적극성이 돋보인다.

평가개선 프로세스도 준수한 편이다. 5점 만점에 4.4점을 받았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평가도 수행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직전 사업연도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를 다음 해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실시하고 있다. 사외이사 평가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심의를 거쳐 평가 항목과 시기, 평가 방법, 평가 채점 방식이 결정된다.

평가는 이사회 전담 지원 조직인 경영관리팀에서 수행한다. 2023년 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종합 평점(19개)은 96.3점을 받았다. △성실성(96.4점) △경영 및 윤리의식(96.4점) △리더십 및 주인의식(96점) 세 항목을 평가하고 있다.

점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전담 조직은 지난해 이사회 구성원들의 기업가치 제고 역할이 미흡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평가 후 이사회에서 보고해 재선임에 반영된다. 평가 결과는 주주들이 파악하기 용이하도록 전자공시뿐 아니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배당수익률 항목 고득점 불구 경영 성과 '최하점'

현대홈쇼핑의 이사회 평가에서 가장 아쉬운 항목으로 꼽히는 것은 '경영 성과'다. 5점 만점에 평균 2점을 받았다. 과거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돌턴인베스트먼트와 국내 자산운용사 VIP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만큼 주주가치 제고에 공을 들였다. 이에 따라 배당수익률은 KRX300 기업 평균을 넘기면서 5점 만점을 획득했다.

다만 주가수익률(PBR)뿐 아니라 매출과 영업이익 관련 수치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홈쇼핑은 2010년 상장 후 14년간 외형 성장을 거듭했지만 최근 TV채널 침체에 따라 실적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가와 실적은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오랜 기간 이익을 쌓아온 영향에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긍정적인 것은 최근 패션 카테고리 중심으로 직매입과 자체 상품(PB) 사업 등을 확대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이다. 훈풍이 불고 있는 사업 성장세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채널전략디비전 △MD전략디비전 △경영지원디비전을 신설하는 등 조직도 재정비했다. 플랫폼 다각화와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통해 그룹의 캐시카우로 복귀하는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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