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의 현금 창출력이 개선됐다. 송출 수수료 인상 여파로 이익 규모는 줄었지만 재고 관리를 통한 운전 자본 관리에 공을 들인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정기 인사를 통해 정교선 회장 체제'로 전환된 만큼 사업 전문성을 키워 영업을 통해 현금이 쌓이는 구조를 안착시키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의 별도 기준 3분기 말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427억6200만원으로 집계됐다. -478억원으로 순유출이 발생했던 작년 3분기 대비 대폭 개선되면서 순유입(+) 기조로 돌아섰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시작점인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650억91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패션·주방용품·식품 상품군의 판매 호조로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비용 증가 영향으로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 순이익이 줄었지만 현금 창출력이 개선된 배경은 '재고자산'과 연관이 있다.
재고자산은 매입 과정에 현금을 지출하는 요소이자 관리에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현금흐름 둔화 요소로 꼽힌다. 적정 재고를 쌓아야 원활한 영업활동이 가능하지만 너무 많이 쌓이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대홈쇼핑의 본업의 성과를 짚어보기 위해 별도 기준 재무 제표를 살펴보면 3분기 말 누적 재고자산은 801억8000만원이다. 1056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직매입과 자체 상품(PB)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재고를 쌓으면서 현금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자체 브랜드인 '라씨엔토' 뿐 아니라 단독 브랜드인 '고비' 등의 사업 확대를 위해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올해 들어 재고가 판매로 전화되면서 재고자산이 줄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개선된 것이다. 여기에 매출채권을 회수하면서 현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PB브랜드 강화 전략이 성과로 연결되면서 현대홈쇼핑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LB(라이센스브랜드)와 PB(자체브랜드) 발굴을 위한 전담 조직인 '패션랩(Lab)'도 신설했다. 올해 론칭한 자체 패션 PB인 '머티리얼랩'과 '어반어라운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향후에도 신규 PB 상품의 신규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은 훈풍이 불고 있는 사업 성장세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2025년 정기인사 발표와 함께 △채널전략디비전 △MD전략디비전 △경영지원디비전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채널전략디비전은 채널별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및 브랜딩 업무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MD전략디비전은 주 고객 타깃 맞춤형 상품력 기획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경영지원디비전은 신사업 추진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회계상 현금 곳간도 더 넉넉해졌다. 작년 3분기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이 40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3분기 1083억원으로 170% 증가했다. 실제로 유입된 현금이 많아진 것은 아니다. 회계 처리 방식을 바꾸면서 생긴 착시 현상이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 계정 중 '요구 불예금'이 378억원에서 796억원으로 110% 증가했다.
그동안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을 과거에는 '기타 금융자산' 계정으로 분류했다. 올해부터 회계법인 지침에 따라 현금성 자산 계정에 포함시키면서 현금이 대폭 증가한 효과를 누렸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별도 기준으로 재고 자산 축소 등 운전자본 관리를 통해 현금 흐름이 개선된 효과를 본 것이다"며 "숏폼 등을 활용한 콘텐츠 차별화, 단독 상품을 활용한 상품 경쟁력 제고, 유튜브를 포함한 플랫폼 다각화 전략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