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빅바이오텍’으로의 여정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목표에 다다랐다. 자체개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 본격적인 이익 창출 구간에 진입했다.
시장은 SK바이오팜이 올해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 미국명)' 연간 매출이 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직접판매 체계 운영에 따른 고정 판관비를 커버하고도 남는 실적이다.
SK바이오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등 추가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추가 상용화 신약 확보도 목전에 뒀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매출과 추가 신약 매출을 통해 얻은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넥스트’ 세노바메이트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연내 흑자전환 가시화, 증권가도 인정한 ‘빅바이오텍’ 반열 SK바이오팜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SK바이오팜의 매출액은 1366억원, 영업이익은 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9월 미국 허리케인 영향으로 엑스코프리 일부 매출이 10월로 이연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소폭 줄었으나 분기 흑자전환에는 문제가 없었다.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엑스코프리는 2020년 5월 미국 출시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분기별 처방수(TRx) 역시 성장세에 있다. 9월 엑스코프리 처방수는 약 3만1000건으로 경쟁 신약 출시 53개월차 평균의 약 2.2배 수준이다.
엑스코프리 3분기 미국 매출액은 1133억원으로 2분기에 이어 또 다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SK바이오팜은 이러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미국 엑스코프리 매출이 연간 가이던스 상단 수준인 45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고정비를 엑스코프리 단일 품목 매출만으로 커버한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를 기반으로 SK바이오팜의 연결기준 올해 연매출 5304억원, 영업이익 824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추정했다.
SK바이오팜이 흑자 기업이 되면서 증권가는 일제히 SK바이오팜의 밸류에이션을 높였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금까지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추산하던 밸류에이션을 멀티플(EV/EBITDA) 방식으로 변경했다. 본격적인 이익 성장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에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적용한 EV/EBITDA 수치가 27배라는 점이다. 27배의 EV/EBITDA는 SK바이오팜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빅바이오텍’ 버텍스 파마슈티컬즈,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즈 등의 평균치다.
◇중국·일본 확장으로 추가 매출 확보…후속 상용화 제품 2025년 상반기 도입 SK바이오팜은 내년부터 중국과 일본 뇌전증 치료 시장 진출로 추가 매출 성장을 노린다. 미국 엑스코프리 출시와 동시에 중국, 일본으로 기술수출을 하면서 글로벌 확장의 초석을 다졌다. 일본과 중국의 뇌전증 환자 수는 각각 100만명, 1000만명 수준으로 수조원 규모의 시장을 이루고 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상용화 첫 관문인 신약 허가신청(NDA)을 진행한 상태다. 4일 SK바이오팜은 글로벌 투자사 6D 캐피탈과 설립한 합작법인 이그니스 테라퓨틱스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에 세노바메이트의 NDA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본 파트너사인 오노약품공업 역시 연내 3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허가 절차를 밟는다.
SK바이오팜은 중국, 일본 진출은 별도 비용 없이 수익만 얻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확장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가 임상부터 판매까지 모두 파트너사에 일임하는 구조다. 생산도 각 사이트에서 맡는다.
직판체제로 진출한 미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은 파트너사를 통해 진출해 실제 매출에 따른 로열티만 확보할 뿐 마케팅 등 추가적인 비용 지출은 없다는 의미다.
허가 신청에 따른 마일스톤도 매출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중국 NDA 신청으로 연내 1500만달러의 마일스톤을 수취한다. 한화 약 212억원 규모다.
일본 허가 및 상용화 성공 시에는 오노약품공업으로부터 481억엔, 약 5200억원의 마일스톤을 받는다.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만약 일본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면 SK바이오팜은 단숨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이르면 내년 초 도입 예정인 두 번째 상용화 제품 매출이 본격화되면 폭발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SK바이오팜은 현재 미국 직판체계를 활용하면서 기존 세노바메이트를 보완할 수 있는 중추신경계(CNS) 관련 제품 도입을 논의 중에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지난 6월 열린 바이오USA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도입할 상용화 제품은 연구개발은 추가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바로 판매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 의약품”이라며 “미국 직접판매 시스템에 대한 비용은 유지하면서 추가 매출을 확보해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성장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