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KPX그룹은 국내 중견 화학그룹이다. KPX홀딩스는 그룹 지주사로 오너 2세 양준영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를 통해 KPX홀딩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양 회장의 부친인 양규모 의장이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사외이사는 단 한 명으로 오너 일가가 이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강하다. 여기에 소위원회가 설치돼 있지 않아 '견제기능' 평가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이사회 참여도나 정보접근성에서는 평점 2.8점을 받았고, 경영성과에서 평점 3.2점을 받으며 비교적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양준영 회장 사내이사, 부친 양규모 이사회 의장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KPX홀딩스는 255점 중 108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에서 이사회 구성 및 활동 내역이 평가됐다.
'구성' 분야 평균 점수는 1.4점으로 집계됐다. 9개 평가 항목에서 총점 13점을 받았다. 구성 분야 평가 항목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여부, 사외이사 비율, 사외이사 소위원회 위원장 선임 여부, 이사회 규모, 이사회 내 위원회 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BSM(Board Skills Matrix) 활용 여부, 다양성, 지원조직 유무 등이다.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양준영 KPX그룹 회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고, 그의 부친인 양규모 의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중간지주사인 진양홀딩스에서도 이렇게 역할이 나뉘어 있다. 일본인인 사토타카시 전무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는 단 한 명으로 최재홍 에코프로파트너스 투자본부 이사가 맡고 있다.
'참여도'와 '정보접근성' 평가 항목은 각각 평점 2.8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사회가 9차례 열리면서 참여도 항목에서 4점을 획득했다. 그러나 별도 기준 자산 규모가 5402억원으로 2조원 미만으로 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게 주요 감점 사유가 됐다. 이사회 의결 내용과 활동 내역을 충실하게 공시한다는 점에서 정보접근성 항목에서 보통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밝혔다는 점에서 5점을 획득했다.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한 전 '경영성과'다. 평점은 3.2점으로 6개 평가 항목 중에서 유일하게 3점대 평점을 받았다. 사업 부문을 보유하지 않은 지주사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경영성과 평가 내 5점 만점을 받은 문항은 배당수익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부채비율 등 6개다.
◇자산 규모 2조원 미만에 '견제기능' 평점 1.1점
가장 낮은 평점을 받은 건 '견제기능'이다. 모두 9개 문항 중 1점 아니면 2점을 받는 데 그쳤다. 총점 9점으로 평점 1.1점을 받았다. 주요 감점 원인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감사위원회(감사위) 부재, CEO 승계 정책 미비,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미설치 등이다.
KPX홀딩스는 별도 기준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사추위와 감사위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이에 이사회가 사외이사를 포함해 이사회 구성원의 선임 작업을 대신 전담한다. 유일한 사외이사인 최재홍 이사는 KPX홀딩스 내에서 금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한 최 이사는 에코프로파트너스 투자본부 이사로 재직 중이다.
KPX홀딩스는 감사위가 없는 대신 상근감사를 두고 있다. 박재항 감사는 성균관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KPX홀딩스뿐만 아니라 주요 자회사인 KPX케미칼에서도 감사로 활동했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그린생명과학 감사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 박 감사는 지난해 모두 9번의 감사 회의를 열고 현금배당안, 임원보수한도액, 자회사 주식 추가 취득, 경영성과급 지급, 내부회계관리규정 개정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밖에 주요 활동으로는 현금 실사, 재고자산 실사, 재무제표 검토 등을 실시했다. 이에 따른 부적합사항이나 시정조치를 내린 건 없다.
상근감사를 지원하는 조직은 재무팀으로 모두 3명의 인원이 속해 있다. 재무팀은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관련한 제반 활동을 지원하며 상근감사의 감사활동을 지원하고 이 사항을 이사회 등 상급 회의체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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