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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차기 리더는

리더십 교체 결정, 기업금융 '방향타 조정' 차원

1년반 동안 자산 성장, 이젠 감축 필요…전략 재정립할 리더십 필요 판단

최필우 기자  2024-11-25 10:51:04
우리은행이 전격적으로 행장 교체를 결정한 배경에는 수정된 기업금융 영업 전략도 자리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기업대출 영업에 나섰지만 이젠 대출 자산을 급하게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 성장을 이끈 CEO보다 자산 감축 전략을 재정립할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 게 우리금융 이사진의 판단이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부정 대출 사태 수습 만큼이나 기업금융 대출 감축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그간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면서 악화된 자본적정성은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락은 지주의 동양생명 인수에도 악재다. 자본비율을 회복할 대출 자산 조정 전략을 세우는 게 차기 행장의 과제로 남았다.

◇환율상승·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자본비율 관리 중요성 커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내부적으로 롱리스트를 확정하고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롱리스트 후보군을 공개하고 인선을 진행한 것과 달리 이번엔 철저히 극비에 부치고 있다. 명단은 비공개 상태지만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한 현직 행장이 롱리스트에서 배제되는 건 이례적이다. 심각한 경영 부진을 겪었거나 결격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적어도 롱리스트에 포함 돼 그간의 경영 성과를 평가받는 절차가 통상적이다. 일각에서는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사태로 인한 CEO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기업금융 전략 수정이 리더십 교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행장 취임 후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잔액을 대폭 늘렸다. 2023년 2분기 161조원이었던 지난 3분기 기준 191조원으로 30조원(18.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조 행장은 돌연 기업대출 잔액 감축을 골자로 KPI 전략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전직원 대상 사과 메세지를 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전략 수정은 자본비율 관리 차원에서 이뤄졌다. 기업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RWA는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RWA 성장률은 10.2%로 두자리수를 넘어섰다. RWA가 가파르게 늘면서 그룹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2%를 간신히 유지하며 고전했다. 최근에는 환율 상승, 스트레스완충자본도입 등 자본비율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기업대출 잔액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추위는 기업금융 영업 전반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려면 새 리더십이 필요하고 봤다. 조 행장은 영업 조직을 관리하고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최적화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1년반 동안 영업 실적만 놓고 보면 당초 이사회가 조 행장을 선임하며 기대한 바를 충족시켰다. 다만 기존 전략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만큼 새 전략에 최적화된 사령탑을 세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경영실태평가·동양생명 M&A' 고려…전열 재정비 불가피

자추위는 행장 교체로 가닥을 잡은 만큼 빠른 속도로 인선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이원덕 전 행장이 용퇴를 선언하고 조 행장이 취임하기까지 약 4개월 간 리더십 공백이 있었고 이 기간 영업 부진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번엔 부정 대출 사태 수습, 기업금융 자산 감축 등 시급한 현안이 있는 만큼 인선을 더욱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차기 우리은행장의 당면 과제는 금감원 정기검사 대응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정기 검사를 두 차례나 연장하며 고강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기검사 과정에선 경영실태평가가 이뤄진다.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으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상태인 동양생명 인수 딜에 난관이 생긴다.

중장기적인 기업금융 영업 전략을 재정립하는 것도 차기 우리은행장의 과제다. CET1비율 관리는 금감원 정기검사 뿐만 아니라 주주환원 계획 이행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우리금융이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말 CET1비율 12.5% 도달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순이익 규모를 키우되 RWA 상승률을 제한해 그룹 자본적정성 개선을 뒷받침해야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행장 인선을 놓고 부정 대출 사태 여파가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내부에선 기업금융 전략 재정립도 중요한 이슈"라며 "영업 전략을 전반적으로 수정하고 자본적정성을 개선하는 게 차기 행장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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