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이 장내매수를 통해 현대퓨처넷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작년 2월 40%이던 지분율을 약 10개월 만에 48%로 높였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76%를 넘었다. '단일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밑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퓨처넷을 100% 자회사로 만들고 상장폐지를 한 후 두 회사를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홈쇼핑→현대퓨처넷 →현대바이오랜드 구조로 구성돼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에서는 증손자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지만, 현대퓨처넷의 현대바이오랜드 지분율은 35%에 그친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퓨처넷이 보유 중인 지분을 매각하거나 추가 취득해야 하는 만큼 두 회사의 합병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사업 구조 다각화를 위해 2020년 인수한 곳으로 매출 절반 이상이 화장품 소재 관련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홈쇼핑, 작년 2월부터 지분율 높여
현대퓨처넷의 최대 주주는 현대홈쇼핑으로 2022년 말 39.27%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 외 현대쇼핑과 현대백화점의 지분율은 각각 11.05%, 11.03%이었다.
현대홈쇼핑은 작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현대퓨처넷의 주식을 장내매수하기 시작했다. 2월에만 10일부터 27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76만6470주를 취득했다.
이후에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졌다. 사실상 매달 현대퓨처넷의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현대홈쇼핑의 현대퓨처넷 지분율은 4월 41.30%, 5월 42.59%, 6월 43.09%, 7월 43.67%, 8월 44.47%, 9월 45.51%, 10월 46.49%, 11월 47.16%로 높아졌다.
12월 말에도 현대홈쇼핑은 현대퓨처넷의 주식을 총 6일에 걸쳐 9만1436주를 취득했다. 총 47.98%의 지분을 확보했다. 현대쇼핑(11.32%), 현대백화점(11.30%), 현대지에프홀딩스(5.93%)을 포함한 지분율은 76.53%에 달한다.
◇현대바이오랜드, 지주사 요건 충족 과제
현대홈쇼핑은 왜 현대퓨처넷의 지분율을 점진적으로 높인 것일까. 이유로 현대퓨처넷의 종속회사인 현대바이오랜드가 지목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단일 지주사 체제'로 돌입하며 현대바이오랜드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탓이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증손회사를 100% 소유해야만 보유할 수 있는 탓이다. 지분을 맞추지 못한다면 이를 매각하는 방법 밖에 없다. 현대바이오랜드는 현대퓨처넷이 SK그룹으로부터 SK바이오랜드 지분 27.9%를 인수한 곳으로, 현재 3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손자회사인 현대퓨처넷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바이오랜드를 추후 지분 매각을 통해 요건을 충족할 계획이나 그 시기와 방법은 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바이오랜드가 현대퓨처넷에 둥지를 튼지 약 4년 만에 다시 다른 곳으로 매각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러나 현대바이오랜드는 현대퓨처넷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작년 3분기 기준 현대바이오랜드 관련 매출액은 78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0.5%를 차지한다. 그 외 사이니지와 메시징 사업 부문은 전체 매출의 각각 21.3%, 11.3%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바이오랜드를 매각한다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빠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신 현대홈쇼핑과 현대퓨처넷이 합병한다면 현대바이오랜드는 증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가 돼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위반 요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현대홈쇼핑이 현대퓨처넷의 지분을 최대한 늘린 후 공개매수로 100% 자회사로 만들면 해결된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과 관련한 지주사 규정 위반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지주사는 상장사를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지에프홀딩스의 현대홈쇼핑 지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25.01%에 그친다.
다만 현대홈쇼핑은 현대퓨처넷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퓨처넷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7배로 시가총액이 장부가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