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는 지난해 5월 공급망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엠로'를 인수한 뒤 곧바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두산그룹 출신으로 엠로의 코스닥 상장을 이끈 김재엽 부사장의 자리에 자사 출신인 정제훈 전무를 앉혔다.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이끌 인물로 정 전무를 낙점했다.
정 전무는 1971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와 카이스트 산업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대학원 졸업 후인 1996년 삼성SDS에 입사해 2023년까지 약 27년간 정보기술연구소와 컨설팅본부, 경영관리팀, 사업혁신TF, 전략마케팅실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을 쌓았다. 사업을 개발하고 효율화하는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도 이러한 정 전무의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S 편입 후 엠로 이사회는 정 전무를 사내이사에 추천하면서 회사 측은 "경영과 재무 분야의 다년간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라며 "경영 전반에 걸친 폭넓은 식견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내실을 다져 지속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엠로는 삼성전자에서부터 야놀자까지 다양한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하지만 삼성SDS 편입되기 전까지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수익성은 제자리걸음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매출액은 5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억원(2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4%에서 11%로 3%포인트(p)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정 전무의 역할은 삼성SDS와 협업하며 수익성 확보 속에서 매출 성장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북미 진출을 위해 삼성SDS와 함께 '09솔루션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09솔루션즈는 북미 공급망관리 플랫폼업체다. 09솔루션즈 플랫폼을 활용해 북미의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등 다른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토추상사에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토추상사는 지난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하면서 국내외에 이름을 더욱 알렸다. 다만 디지털 전환에 다소 보수적인 일본 환경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 진출을 타진한다는 게 삼성SDS 입장이다.
공급망관리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는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공급망관리에 따라 실적이 크게 요동치는 것을 많은 기업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1118억원을 투자해 엠로를 인수한 배경이자 삼성SDS와 엠로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성장 전략에 집중하는 이유다.
해외시장 진출과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투입할 현금은 충분히 확보해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S 편입 전후로 엠로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2년 말 36억원에서 2023년 3분기 말 134억원으로 268%(98억원) 증가했다. 삼성SDS가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덕분이다.
다만 삼성SDS 편입 후에도 엠로 수익성은 다소 약화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액은 45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18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영업이익률은 10%에서 8%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북미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