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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로 인수에 대한 기댓값 '960억'

지난해 1118억 투자해 지분 33.3% 취득, 공급망관리(SCM)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 목적

양도웅 기자  2024-01-09 08:05:40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삼성SDS가 코스닥 상장사 엠로에 대한 영업권으로 960억원을 책정했다. 영업권은 일종의 권리금이다. 취득 자산에 대한 매수자의 평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종종 발생한다. 국내 1위 공급망관리(SCM)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엠로에 대한 삼성SDS의 기댓값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삼성SDS는 엠로 지분 33.39%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인수 주식의 대부분은 창업자인 송재민 대표이사가 보유한 주식이다. 송 대표는 현재 지분 4.77%를 보유한 2대주주로 내려왔다.


◇엠로 인수자금의 86%가 영업권

삼성SDS가 엠로 인수에 투자한 자금은 총 1118억원이다. 이 가운데 86%가 넘는 960억원을 영업권으로 설정했다. 상표권과 기술력, 인적자원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래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평가되는 무형자산 중 하나가 영업권이다.

인수기업은 M&A 이후 피인수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다시 한다. 여기서 피인수기업의 현재 가치가 투자금보다 높으면 그 차이를 염가매수차익으로 판단해 손익계산에 포함한다. 반대로 피인수기업의 현재 가치가 투자금보다 낮으면 그 차이를 영업권으로 설정해 매년 상각한다.

영업권은 권리금과 웃돈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피인수기업의 현재 가치보다 큰돈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인수기업이 가진 기대 수준을 유추해볼 수 있다. 투자금의 86%가 영업권이라는 점은 삼성SDS가 엠로의 성장성과 엠로 인수에 따른 시너지에 큰 기대를 했다는 의미다.

엠로는 업력 20년 이상의 SCM 소포트웨어 개발사다. 현대차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 500개 이상의 고객사와 16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삼성SDS에 인수됐을 무렵에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2019년에 첫 AI 소프트웨어인 'SMART item doctor'를 출시한 상태였다.

삼성SDS는 물류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매물을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엠로 인수 전에 발표한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서 "점차 많은 기업이 물류 운영 효율화를 위해 물류 전문기업과 협업할 것을 전망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한 엠로와 이해관계가 맞아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S 편입 첫해, 엠로 수주잔고 14% 증가

엠로는 삼성SDS 영업망을 통해 고객사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삼성SDS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자금 지원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 삼성SDS의 보유 현금(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조3000억원이 넘는다. 삼성SDS는 엠로의 구주를 취득하는 형태로 인수했기 때문에 엠로에 유입된 현금은 없었다.

삼성SDS에 편입된 이후 엠로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3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엠로 매출액은 16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10억원)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8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4%에서 8%로 떨어졌다. 지급수수료와 급여, 주식보상비용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엠로의 증가한 비용 대부분을 일회성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면서 SCM 소프트웨어 도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엠로 수주잔고는 지난해 3분기 말 50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63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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