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JB금융 회장이 3연임을 확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마음을 사로잡은 프리젠테이션(PT)이 있었다. 김 회장은 숏리스트 후보 PT 발표와 심층면접에서 지난 6년 간의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향후 3년간 펼칠 새로운 전략 소개에 주력했다. 6년 전과 마찬가지로 가보지 않은 길을 제시한 게 차기 회장 선임에 결정적이었다.
자산 리밸런싱을 통한 수익성 강화가 '시즌1'이었다면 앞으로는 핀테크 협업을 통한 '시즌2' 성장 스토리를 써 내려가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비전이다. 김 회장은 고수익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강소금융' 전략이 고속 성장을 이끌었으나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사업을 성공시켜야 획기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장장 4시간 걸친 PT·질의응답 소화…신성장 전략 소개 중점 김 회장은 이달 진행된 JB금융 임추위 PT발표와 심층면접에 참여했다. 숏리스트에는 김 회장과 내부 인사 2명, 외부 인사 1명이 포함됐다. 현직 CEO와 동등한 기회를 부여했으나 김 회장을 제외한 3인의 후보는 PT 참여를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독으로 PT발표에 나선 김 회장은 30분간 본인의 비전을 소개했다. 임추위는 검증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고강도로 면접을 진행했다. 김 회장이 발표를 마친 후 3시간 30분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발표와 질의응답을 합쳐 장장 4시간에 걸쳐 검증이 이뤄졌다.
김 회장은 지방은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최근 김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핀테크 지분 투자 및 제휴가 JB금융 성장 스토리 '시즌2'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3년간 핀테크 신사업으로 지방은행 한계를 극복한다는 구상이다.
6년 전 김 회장이 JB금융 회장으로 처음 취임할 당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회장은 취임 당시 JB금융의 '강소금융' 정체성을 강화하고 자산 외형을 키우기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2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던 연간 순이익을 7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높여놓은 것처럼 이번에도 다른 은행지주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 임기의 마지막 영업 연도인 올해 신사업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광주은행과 토스뱅크 공동대출 상품을 출시했고 올해 연말까지 2500억원의 신규 대출을 취급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전북은행과 카카오뱅크의 공동대출 상품 추가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연간 1조원의 공동대출을 취급하는 게 목표다. 핀다, 한패스, 오케이쎄 등 지분 투자로 관계를 맺은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성과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성장 없는 주주환원률 제고 없다 JB금융 임추위원들은 김 회장에게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된 질문도 던졌다. 지난 9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2026년까지 주주환원율 45%, 중장기적으로 5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몇몇 임추위원은 주주환원율을 다소 급하게 높이면 성장 기회를 높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김 회장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는 정부 방침에 역행할 수 없다면서도 성장 없는 주주환원율 상승은 없을 것이라 답변했다. 지금까지 순이익 성장이 뒷받침되면서 주주환원율을 높여왔고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경영 전략이 성공하면 그간의 순이익 성장세와 주주환원율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JB금융 이사회에 정통한 관계자는 "단독으로 PT가 진행됐지만 시간이 총 4시간 소요될 정도로 치열한 검증이 이뤄졌다"며 "김기홍 회장이 임추위원들의 질문에 충실하게 답변했고 일각에서 우려하던 지점들을 해소하면서 임기를 연장하는 쪽으로 임추위 총의가 모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