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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우리캐피탈은 지금

5위의 반란…중고차금융 '투톱' 깨고 왕좌 올라

⑤'현대 vs KB' 양강구도 깨고 점유율 1위…'딜러 다이렉트 영업' 발판

김보겸 기자  2024-11-15 07:39:35

편집자주

캐피탈사는 은행지주그룹 내에서 2군으로 분류되기 일쑤다. 예외는 있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원픽'으로 꼽히는 JB우리캐피탈 이야기다. 순이익 면에서는 일부 은행보다 앞서는 JB금융의 효자 계열사다. 지방금융 계열사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시중은행 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 1위를 턱밑 추격 중인 JB우리캐피탈의 전략과 키맨을 분석했다.
게임체인저로서 JB우리캐피탈의 역할이 두드러진 분야는 중고차금융 시장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어 아직 캐피탈업계에선 '기회의 땅'으로 통하는 곳이다. 10년 넘게 독주하던 현대캐피탈에 KB캐피탈이 제동을 건 지 1년 만에 JB우리캐피탈이 왕좌를 차지하면서다.

JB우리캐피탈은 딜러 다이렉트 영업을 통해 10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한때 5위였던 시장점유율을 차근차근 늘려 가며 1위에 올랐다. 순이익 측면에서 시중은행 계열 캐피탈사 2위에 오른 데 이어 중고차금융에서도 선두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 현대→KB→JB우리캐피탈…중고차금융 지각변동

중고차금융 시장은 베일에 싸인 선수들의 리그다. 신차금융과 함께 자동차 할부금융으로 묶이는 탓에 중고차금융만 따로 공시된 정보가 거의 없다. 그나마 중고차금융 자산 규모는 공개되지만 실제 영업을 가늠할 수 있는 취급실적과는 다르다. 게다가 월별로 취급실적을 집계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MS)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플레이어가 아니면 알기 쉽지 않다.

이렇듯 베일에 싸인 중고차금융 시장이지만 판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11월 현재 중고차금융 시장에서의 JB우리캐피탈 시장점유율(MS)은 24% 수준이다. 2위 KB캐피탈이 20~22% 사이를 오가고 있다. 10년 넘게 중고차금융 시장에서 압도적 1위였던 현대캐피탈은 10%대로 하락한 상태다.

JB캐피탈이 기존 1위 사업자인 KB캐피탈 점유율을 넘어선 건 지난해 8월이다. 현대캐피탈에서 KB캐피탈로 MS 1위가 바뀐 지 불과 1년여 만이다. 리먼 사태 이후인 2010년 현대캐피탈이 중고차금융 취급액은 1조6501억원으로 전체 취급액의 52.8% 수준이었다. 점유율 1위를 유지하던 현대캐피탈이 KB캐피탈에 자리를 내어 준 건 지난 2022년이다. 현대캐피탈이 현대카드·현대커머셜과 경영분리를 단행하며 현대차그룹의 완전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무게중심이 중고차금융에서 신차금융으로 옮겨 간 영향이다.

김기홍 JB금융의 '작지만 강한' 강소금융 기조를 JB우리캐피탈이 중고차금융 시장에서 실현하는 모습이다. JB우리캐피탈의 중고차금융 자산 규모는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보다 작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캐피탈이 3조1582억원으로 가장 크고 KB캐피탈이 2조7207억원으로 뒤따른다. JB우리캐피탈은 1조8435억원 수준이다.


◇ 1위 자리 꿰찬 JB우리캐피탈 비결은

업계에서는 JB우리캐피탈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금융에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23년 중고차금융 자산이 1년 전보다 30.4% 증가하는 등 두드러지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간 한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 왔던 JB우리캐피탈의 중고차금융 자산은 박춘원 대표 취임 이후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15.7%, 16.8% 성장하면서다.

하지만 내부에선 JB우리캐피탈을 중고차금융 시장 1위로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평가한다. 지난 2013년 정부가 제휴점을 둘러싼 캐피탈사의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대출모집 수수료를 취급액의 5% 이내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도입한 이후 JB우리캐피탈이 실시한 '딜러 다이렉트' 영업이 이제야 결실을 봤다는 것이다.

딜러 다이렉트는 제휴점을 끼지 않는 영업 방식이다. JB우리캐피탈과 딜러가 직접 영업하는 것으로 전산 시스템을 정비하고 영업인력을 관리하는 데 상당한 자원이 필요한 방식이다. JB우리캐피탈이 딜러 다이렉트 방식을 택한 뒤 5위였던 점유율은 꾸준히 늘며 지난해 1위를 기록했다.

◇업계 시선은 중고차금융에…우위 유지 과제

중고차금융 시장은 캐피탈업계에선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현대캐피탈에서 KB캐피탈, 다시 JB우리캐피탈로의 판세 변화가 이를 입증했다. 절대 강자가 있기 어렵다는 게 이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중고차금융 시장에선 자본력과 의지만 있다면 시장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며 "신차금융과 달리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시장) 금융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차금융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에 현대캐피탈 캡티브 금융사로 역할하고 있어 절대 강자 체계가 깨지기 쉽지 않지만 중고차금융은 다르다는 것이다.

높은 수익성도 중고차금융 시장 매력을 더하고 있다. 중고차금융은 고수익 고위험 사업으로 분류된다. 중고차는 담보가치가 낮아 신차보다 리스크가 크다. 적용 금리 역시 높아진다.

이처럼 캐피탈업계가 눈독들이는 상황에서도 JB우리캐피탈은 중고차금융 시장점유율 뿐 아니라 수익성 1위 지위를 지켜갈 것이란 방침이다. JB우리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2위 사업자와 1~2%포인트 차이에 불과하지만 그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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