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업계에서 유독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캐피탈업계의 전반적인 업황이 악화된 와중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JB우리캐피탈이다.
JB우리캐피탈을 게임 체인저로 만든 건 박춘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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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3연임 채비를 마쳤다. 멈추지 않는 성장을 보여준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
◇수익다각화 구원투수 박춘원…중고차금융에 승부수
박 대표는 2021년 3월 JB우리캐피탈 대표로 취임했다. 통상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는 은행 임원 출신이 맡는 경우가 많지만 박 대표는 옛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 출신으로 외부 영입됐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순혈주의를 고집하지 않고 외부 출신에게 키를 쥐어줬다.
나이에 비해 2금융권 CEO 경력이 길다는 점이 주효했다. 1966년생인 박 대표는 타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대표들 중 빈중일 KB캐피탈 대표(68년생) 다음으로 어리다. 박 대표는 아주산업 기획팀과 아주캐피탈 경영지원담당, 아주산업 회장실 전략기획팀 상무를 거쳐 2016년 아주저축은행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아주캐피탈 대표이사를 지냈다. JB우리캐피탈을 이끌기 전부터 5년 넘게 2금융권을 이끈 경험이 있는 상태였다.
회계사 출신으로 컨설팅업체에 몸담는 등 독특한 이력은 덤이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자원공학 학사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베인앤컴퍼니 코리아에서 컨설팅 경력을 쌓았다.
박 대표는 JB우리캐피탈의 수익 다각화를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증권사가 없는 JB금융지주는 사업 다각화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고 이를 캐피탈에서부터 시현하는 게 박 대표의 과제였다. 박 대표 취임 직전인 2020년 말 자동차금융자산 비중은 59.5%에서 올 3분기 31%로 줄었다. 세부적으로는 시장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신차금융 비중이 42.1%에서 8.6%로 줄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중고차금융 비중은 14.1%에서 20.3%로 확대됐다.
중고차금융 승부사로서의 면모가 돋보였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캐피탈사 돈맥경화에도 중고차금융 시장을 놓지 않은 건 박 대표의 결단이다. 2008년 리먼 사태에서 현대캐피탈만 중고차금융 영업을 중단하지 않아 50% 넘는 시장점유율(MS)을 확보한 사례가 귀감이 됐다.
당시 아주산업 기획팀 상무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박 대표는 중고차시장을 예의주시했다. 그 당시 아주그룹 산하 아주캐피탈이 자금조달 문제로 6개월 넘게 중고차시장 영업을 중단해 현대캐피탈에 시장점유율을 내준 뼈아픈 경험을 지켜봤다. 14년 뒤 비슷한 시장환경이 조성됐고 박 대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중고차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에는 캐피탈사 4강 체제에도 균열을 일으켰다. 시중은행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중 KB캐피탈을 제치고 순이익 3위에 오르면서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825억원을 시현하고 있다. 반등에 성공한 KB캐피탈(1957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JB우리캐피탈은 연초 목표치로 설정한 2000억원을 넘어 순이익 22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박춘원, 3개 부문에 '키맨' 배치
박 대표는 취임 직후 집중 강화가 필요한 본부 3군데를 점찍었다. 오토금융과 개인금융, 기업금융본부다. 각 부문에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박 대표의 구상을 실현할 키맨들을 배치했다.
오토금융본부에는 박 대표의 친정인 아주캐피탈 출신 인사를 기용했다. 신차금융은 줄이고 중고차금융을 확대하려는 박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권순호 팀장을 영입해 중고차금융팀장에 앉혔다. 권 팀장은 박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중고차금융 시장에서의 MS를 확대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개인금융본부장에는 김기덕 상무를 낙점했다. 현대캐피탈 출신 김 상무와는 박 대표가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로 재직하던 시절 카운터파트로 인연을 맺었다. 신용대출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던 현대캐피탈 출신이라는 점이 유효했다.
김 상무는 박 대표의 '계좌별 손익 분석 체계'를 전략에 적극 반영한 인물이다. 계좌별 손익 분석 시스템은 대출계좌별로 연체율과 이자수익, 이자비용 및 대손비용 등을 모두 기록하는 체계다. 리스크와 손익분석을 동시에 진행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지부진했던 계좌별 손익 분석 체계 마련은 박 대표 취임 2년 만에 마무리됐다.
기업금융본부장에는 "돈 버는 맛을 찾으러 왔다"는 증권맨을 발탁했다. 캐피탈사가 기존에 유가증권 투자를 해본 경험이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한금융투자에서 기업금융센터장을 지낸 이동호 상무는 "투자 관련 서비스를 하는 데서 나아가 직접 투자로 성과를 내고 싶다"며 JB우리캐피탈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상무는 프리IPO와 스팩 등 캐피탈사가 좀처럼 투자하지 않는 상품에 대한 이해도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업금융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상무 이후에도 JB우리캐피탈은 증권사 출신 인사를 계속 영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