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메시지'다. 전략 방향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진옥동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에 관심이 쏠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진 회장은 지난해 변화보단 안정을 선택했다.
올해는 다르다. 신한금융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1년 사이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곧 취임 3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1년은 연임 여부가 달려있다는 점에서 진 회장에게 한층 중요하다. 예전만큼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진 회장 역시 이변이 없는 한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 회장과 호흡을 맞출 계열사 사장단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1기 마무리 함께 할 사장단 인사 주목 지난해 신한금융에서 임기 만료가 다가온 대표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무려 9명의 임기가 끝나면서 큰 폭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진 회장의 선택은 안정이었다. 진 회장이 이들 모두의 유임을 결정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진 회장이 조용병 전 회장과 한때 회장 자리를 두고 경합하긴 했지만 사실 두 사람은 4년이나 지주 회장과 은행장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진 회장에게 전임과의 단절 필요성이 높지 않았다는 의미다. 진 회장이 내정자 시절이던 2022년 말 이뤄진 인사는 조용병 전 회장과 진 회장 모두의 의견이 반영된 인사로 전해진다. 그런 만큼 1년 만에 기존 대표들을 대거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올해는 쇄신의 폭을 확대해 대대적 혁신에 나서겠다는 내부 분위기가 뚜렷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내년은 진 회장에게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만큼 가장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단임에 그치든 연임에 도전하든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조직 내 관심과 긴장도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사는 어찌 보면 조직 내 장악력을 재확인하는 도구"라면서 "진 회장 역시 올해 그룹 장악력을 한층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기용한 부행장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2019년 3월부터 지주 회장으로 이동하기 전인 2023년 3월까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했다. 이 기간 진 회장이 부행장으로 발탁한 임원 중 지금도 신한은행에 남아 있는 부행장은 전필환 영업추진1그룹장, 정근수 GIB그룹장, 정용욱 영업추진4그룹장, 서승현 글로벌사업그룹장 등이다.
◇지주 슬림화, 이사회 정상화 진 회장이 지난해 안정을 선택하면서도 보여준 또다른 메시지는 '조직 슬림화'다. 지주에선 대규모 조직 개편을 통해 임원 수를 줄였다. 부문이 11개에서 4개로 줄었고 부사장도 10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조용병 전 회장 시절 필요 이상으로 커진 부사장단 규모를 정상화했다. 실제 조 전 회장 취임 전 3명(부사장 대우 포함하면 5명)이던 부사장 수는 2022년 12월 13명까지 늘었다. 조 전 회장 시절 매트릭스 조직 및 부문장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다.
부사장 수가 많다는 건 일장일단이 분명하다. 힘의 분산과 함께 평등한 경쟁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담당 업무는 물론 조직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업무 효율성은 되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지주를 살펴보면 KB금융이 6명의 부사장을 두고 있어 신한금융과 같다. 하나금융은 10명, 우리금융은 9명이다.
진 회장 이후 신한금융 조직의 변화는 회사 내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사회 역시 규모가 작아졌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한때 14명의 비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유상증자 등으로 새로운 투자자가 전략적 투자자로 대거 합류하면서 이사회 규모 역시 확대됐다. 사외이사 수가 많을수록 다양성 측면에선 좋지만 그만큼 책임이 분산된다는 점에서 되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 회장 취임 이후 이사회는 다시 9명으로 줄었다. 구성은 사모펀드 추천 인사 3명, 재일교포 추천 인사 3명,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 인사 3명으로 균형을 맞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