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조직 개편을 살펴보면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된 태스크포스(FT)는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직결된다. 흩어져 있던 인력을 한곳에 모아 단기간에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에 의한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신사업 TF 3곳을 신설했다. 연구개발(R&D) 조직 세분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발굴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장의 저성장 흐름에 대비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사업 TF 3곳 신설…고부가가치 라인업 확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개발본부 조직 내 신사업 TF 3곳을 신설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력을 한곳에 모아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TF는 각각 자동차 부품과 이차전지, 수소를 나눠 공략할 계획이다. 총괄은 이정준 연구개발본부장 상무가 맡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자동차 부품 TF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에 공급되는 친환경 소재 개발에 힘을 쏟는다. 특히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관심도가 큰 고품질 인조피혁 제품 '샤무드'와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한 스펀본드 개발에 나서며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를 꾀한다.
특히 내년 1분기 흡수합병되는 코오롱글로텍의 자동차 소재·부품 사업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합병을 통해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소재·부품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맞춤형 자동차 소재·부품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해 실적 반등을 꾀하는 전략이다.
이차전지 TF는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 개발에 힘을 쏟는다. 활물질에 전도성을 부여하는 기존의 도전재는 주로 카본블랙 소재를 사용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강철보다 100배 강한 CNT를 활용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CNT 도전재는 실리콘 음극재에서 발생하는 팽창도 막아 고속충전에도 수명을 유지하는 보완재로 작용한다. 아울러 카본블랙 대비 이온전도도가 높아 투입량을 20% 줄일 수 있으며, 줄어든 부피만큼 활물질을 더 투입해 에너지 밀도를 늘릴 수 있어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로 주목되고 있다.
수소 TF는 글로벌 완성차에 공급 중인 수분 제어장치에 주력한다. 수분 제어장치는 수소차의 수소연료전지 내에서 전기를 잘 생성토록 내부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핵심 부품이다. 아울러 연료전지 핵심 소재인 고분자 전해질막(PEM)과 막전극접합체(MEA)를 양산 단계까지 끌어 올리는 역할을 맡았다.
◇부채 줄이고 현금 쌓아…재무 강화에 '총력' 코오롱인더스트리는 R&D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재무 체력을 기르고 있다. 부진한 실적에도 차입금을 상환해 이자비용을 낮추고, 현금성자산을 쌓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총차입금은 2조10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2조2117억원 대비 1115억원 줄어들었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를 1000억원 이상 상환한 부분이 주효했다. 이에 부채총계는 지난해(3조2248억원)보다 3473억원 줄어든 2조8775억원으로 나타났다.
현금성자산은 늘어났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올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058억원을 기록해 최근 5개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1조7944억원을 기록하며 내림세로 전환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각각 88%, 34.2%를 기록해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확보한 재원을 R&D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이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R&D 투자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오롱인더는 매년 2% 안팎의 금액을 R&D에 투입해 2018년 893억원에서 지난해 1159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3분기 R&D 누적 투자액도 843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연구개발본부 내 신설된 TF는 신소재 분야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목표한다"며 "강화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R&D를 지속 확대해 기업 경쟁력 및 수익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