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위탁생산업체들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급속히 성장했다. 소수 브랜드가 장악하던 화장품 시장이 온라인 등 유통 방식 변화를 계기로 다변화되면서 위탁생산업체들의 먹거리도 더 풍성해졌다. 소비자가 각각의 개성을 쫓는 개인화 시대가 도래하며 세부 화장품 품목과 종류가 다양해진 점도 기회로 작용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등 화장품 위탁생산업체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 저마다 스케일 업을 위해 신규 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했다. 각자 방향성에 맞게 타깃 시장을 대상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하하는 식의 변화가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이는 현재 각 기업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재무구조 약화에 따른 위험 관리가 이들 기업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화장품 OEM·ODM 업체들은 적극적인 차입 전략을 견지해 왔다.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성장 마중물을 댔다. 한국 외에도 중국 현지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며 글로벌 위탁생산 수요가 증가하는 등 청신호가 감지된 영향이다. 일례로 2017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이 본격화되며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일제히 위축된 반면 OEM·ODM 업체는 신규 수요를 빠르게 흡수, 성장 궤도에 올랐다.
이 시기 위탁생산업체들의 재무구조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국내 화장품 OEM·ODM 업체 가운데 연결 자산총액 기준 규모가 가장 큰 '한국콜마'가 대표적이다. 한국콜마는 2018년 연결 부채총액이 전년대비 4배 급증한 1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100%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170%로 뛰어올랐다. 당해 레버리지를 예년대비 크게 일으킨 형태다.
배경엔 적극적인 사업 확장 전략이 있었다. 'CJ헬스케어'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한국콜마는 2018년 직접, 간접금융 등을 두루 활용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대규모 은행 차입과 회사채 신규 발행 등이 이뤄졌다.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당해 추진됐다. 그 결과 이 당시 순차입금액은 9500억원 규모까지 치솟았다. 재무 리스크를 감내하고 점프업에 베팅한 셈이다.
코스닥 상장 법인 '코스메카코리아'도 비슷한 추이를 띈다. 2018년 연결 부채총액이 전년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14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기관 차입을 비롯해 메자닌 등을 함께 활용했다. 200억원 규모 1회차 전환사채를 이때 발행했다. 외부 조달을 급격히 늘린 탓에 부채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앞서 2016년 기업공개(IPO)로 자본을 확충해 둔 덕분에 어느 정도 재정 건전성은 유지했다.
이와 달리 '코스맥스'는 재무구조 악화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부채비율 변화 추이를 살펴 보면 코스맥스는 매년 200~300%대 수치를 기록해 왔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도 320% 수준에 근접한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등 피어그룹과 비교해 투자 기조가 보다 뚜렷이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 마련에 선제 투자를 단행해 왔다. 현재 중국을 비롯해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등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다.
부채 비중이 큰 만큼 코스맥스는 조달 비용을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차입 구조를 단기물 위주로 설정했다. 통상 단기 차입금이 장기 차입 대비 이자율이 낮은 만큼 상대적으로 금융 비용 부담이 덜한 편이다. 지난해 말 코스맥스 단기 차입금은 장기 차입 대비 5배 더 많은 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콜마와 코스메카코리아는 장기 차입 구조를 가져가고 있다. 양사는 현재 부채비율이 150% 내외로 비교적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 비용 지출을 어느 정도 감내하는 대신 단기간 상환 부담을 낮추는 쪽을 택했다. 이는 금리 변동 상황에서 이자 비용 확대 리스크를 방지하는데도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