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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수페타시스는 상법상의 의무가 비교적 가벼운 자산총계 2조원 미만 상장사로서 사외이사가 단 1명뿐이다. 이사회 내에는 어떠한 소위원회도 없다. 이는 이사회가 사내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사실상 최소한의 의무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는 모습이 향후에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페타시스는 사외이사 수를 늘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나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수립 등 견제 기능의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소위원회도 없고 승계정책도 없다…유명무실한 이사회
THE CFO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상반기 반기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2024 이사회 평가'를 진행했다. 이수페타시스는 255점 만점 가운데 98점의 저조한 총점을 획득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견제기능'이다. 9개 문항 모두 1점을 기록해 지표 총점 45점 가운데 9점, 평점 기준으로는 5점 만점에 1점을 받았다. 0점이 없는 평점 특성상 기록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점수다.
이수페타시스는 외부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지 않는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도 없다. 내부거래를 통제하기 위한 이사회 내 전담 위원회도 없으며 감사위원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사회의 운영도 정기 이사회가 열리지 않는 등 사내 경영진이 중심이다. 임원의 보수 책정이나 최고경영자 승계 등 중대사안에 대한 결정에서도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자연스럽게 경영진 견제 기능은 이수페타시스 이사회의 최대 약점이 됐다.
이는 상법에 의해 이사회 구성원의 60%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각종 의무가 지워지는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이수페타시스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가 5438억원에 그친다.
이수페타시스의 이사회 구성원 4명 가운데 사외이사는 양승한 사외이사 단 1명뿐이다. 이사회 의장도 최창복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이사회의 구성 자체가 경영진 견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실제 이수페타시스가 '2024 이사회 평가'에서 견제기능 다음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평점 1.2점의 '구성'이다.
◇사외이사 늘려 견제 기능 강화…"지속가능한 성장 고려"
이수페타시스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향후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 내 위원회도 설치해 이사회가 경영에 충분히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에 대해서는 2026년 상반기까지 표준화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구체적 시한까지 설정했다. 승계 관련 교육이나 멘토링 프로그램 등 승계 후보자의 자질 향상에 대한 교육도 2026년 하반기부터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이수페타시스는 정기적 이사회 없이 임시 이사회만을 39회 개최했다. 그러나 향후 정기 이사회 개최 관련 규정의 신설을 목표로 2027년까지 이사회 운영규정 변경에 대한 검토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이수페타시스가 이사회의 견제 기능에 대한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외이사 수가 늘어난다면 이사회 내에 각종 소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가 경영진 혹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다져진다.
이수페타시스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외형적인 규모가 크지 않았고 인쇄회로기판이라는 사업 특성상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했다"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과거 중요하게 생각했던 신속한 의사결정이라는 요소 외에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증가했기 때문에 이사회의 구성 변화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