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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수페타시스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로 해당 산업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진 기업이다. 네트워크장비나 서버용 PCB를 주력으로 항공우주용, 슈퍼컴퓨터용, 반도체장비용 등으로 공략 시장을 확대해가는 사이 시장에서는 순자산 대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이제 막 5000억원을 넘겼을 뿐이라 상법상 이사회에 대한 제약이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이수페타시스는 THE CFO의 평가 결과 이사회는 6개 지표 중 경영성과에서만 그나마 나쁘지 않은 평점을 획득했을 뿐 전체적으로 미흡한 평가를 받았다.
◇이사회 참여도는 높지만…미약한 견제기능
THE CFO는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2024 이사회 평가'를 진행했다. 이수페타시스는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진행된 평가에서 255점 만점에 97점을 획득했다.
먼저 구성 지표에서는 45점 만점에 11점, 평점은 5점 만점에 1.2점을 받았다.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이사회는 최창복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어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자산총계 2조원 미만의 상장사인만큼 이사회 내에는 어떠한 소위원회도 없다.
이사회의 개최는 지난해 39번의 이사회를 여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며 모든 이사가 100%의 출석률을 보였다. 단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사회는 단 1차례도 없었고 모두 임시 이사회였다. 이사회 안건에 대한 사전 통지기간도 평균 1일로 짧았으며 이사들에 대한 교육도 실시되지 않았다. 참여도 지표에서는 40점 만점에 17점, 평점은 5점 만점에 2.1점이다.
이사회의 견제기능 지표에서는 45점 만점에 9점, 평점 5점 만점에 1점으로 최하점을 기록했다. 외부로부터 이사의 추천을 받지 않으며 사외이사가 1명밖에 없어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열리지도 않았다.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이나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도 없다. 감사위원회나 내부거래 통제기능을 보유한 위원회도 설치되지 않았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미흡에도 높은 시장 평가
정보 접근성 지표에서는 30점 만점에 15점으로 평점은 5점 만점에 2.5점이다. 이사회의 활동 내용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상세히 공개하고 있으나 기업 홈페이지에서 별도의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도 20%로 낮았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역시 미흡한 모습이다. 이사회에서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지 않아 내용에 대한 공개도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 역시 C등급으로 저조한 편이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사회적·사법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은 없다. 이 지표의 획득 점수는 35점 만점에 13점, 평점은 5점 만점에 1.9점이다.
경영성과 지표의 점수는 55점 만점에 32점, 평점 5점 만점에 2.9점으로 6개 공통지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첨단산업소재 PCB를 향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에서 KRX300 지수 포함 종목 평균을 20% 이상 웃돌았다. 다만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비율 등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부채 관리의 필요성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낮은 이수페타시스의 이사회 평가 점수는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 기반을 둔다. 상법상 별도기준 자산총계 2조원 미만의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구성원 총수의 4분의 1만 선임해도 된다. 감사위원회 등 이사회 내 소위원회의 설치 의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