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계열사 영진약품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오랜 암흑의 터널을 걷다가 최근 들어 주력 항생제 제품의 매출 신장을 기반으로 수익성 회복에 성공, 차근차근 영업이익·순이익 흑자를 이뤄냈다. 올 상반기엔 순수하게 영업활동으로만 현금을 창출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영진약품이 여윳돈을 의미하는 FCF 흑자를 올린 건 2010년 이후로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영진약품이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현금 창출능력을 키워가며 지금의 선순환을 이어나갈 지 ‘지속가능성’이 관건이다.
◇2020년 FCF와 다른 전혀 다른 국면…현금창출력 개선
영진약품은 올 상반기에 FCF 순유입 80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엔 순유출 금액이 55억원 정도였다. 잉여현금흐름은 회사가 쓸 돈을 다 쓰고 남아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을 의미한다. 수익 성장이나 효율 개선에 의해 FCF가 증가하는 기업은 추가 R&D 투자나 배당 등을 늘릴 여력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영진약품이 FCF 순유입을 만든 것은 최근 15년가량 동안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2020년에 한번 78억원의 FCF 순유입이 있었지만 현재와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당시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하락세로 돌아선 한편, 순이익이 적자전환 했을 때였다.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을 줄이는 등 운전자본을 조절해 영업현금흐름을 흑자로 만들었다.
올 상반기 영진약품의 매출은 1271억원으로 2022년 이래로 시작된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이미 2023년 전체 영업이익(31억원)의 1.9배를 벌어들였다. 순이익은 26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진약품은 2020년부터 줄곧 순이익 적자를 내왔는데 작년부터 적자 폭을 줄이더니 올 상반기 플러스로 돌아섰다. 영진약품의 영업 현금흐름 흑자와 FCF 순유입은 이런 수익성 개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영진약품의 수익성 회복은 주력제품인 크라모넥스, 세파클러, 세프타지딤 등 항생제의 매출 신장에 기인한다. 이들의 반기 기준 매출은 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관련 환자를 비롯해 독감 환자가 늘어나며 향생제 수요도 확대된 결과다.
◇수출비중 '2017년 수준' 목표…日·中·동남아부터 유럽까지 '개척' 포부
코로나19 시기 실적부진에 시달린 영진약품은 최근 1~2년 사이 매출을 회복하고 이제 현금 창출능력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국면을 바꾼 데는 성공했지만 해당 추세를 계속 이어나가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영진약품은 내수를 강화하는 한편 해외 매출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영진약품은 코로나19사태 이전까지는 수출 비중이 30%대로 해외 매출이 상당했던 곳이다. 2017년엔 해외매출 비중이 42%에 이르렀다. 펜데믹 사태 이후 움추려든 수출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다만 점차 기지개를 펼치고 있다. 영진약품은 궁극적으로 2017년 수준의 수출 금액 회복을 목표로 삼고 영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최근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굵직한 성과도 보였다. 영진약품은 지난달 중국 ‘중산벨링’과 세파계 3세대 항생제인 세프카펜 세립 완제 의약품 수출 건을 계약했다. 세프카펜 세립의 중국 NMPA 허가가 완료되면 영진약품은 향후 10년간 1000억원 규모의 세프카펜 세립 완제를 공급하게 된다.
이미 올 7월 중국 NMPA에 세프카펜 세립의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승인까지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일본 제약사 사와이에 10년간 항생제를 납품하던 계약이 종료되면서 매출 공백이 상당했는데 이를 대체할 시장을 찾으며 새로운 국면을 마련했다.
영진약품은 플러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지속하기 위해 자본적 지출(CAPEX)을 확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215억원을 투입해 남양공장 세파항생 주사제 생산라인 증축공사 착공에 돌입했다.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완공 후 생산능력은 기존 800만에서 2000만 바이알(vial)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당 남양 공장 증축공사 역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기존의 일본시장과 더불어 중국 및 동남아시아 등 신시장 개척을 노력 중이고 향후 기회가 된다면 유럽 등 전세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남양공장 항생주사제동은 일본 등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가동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