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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약품, 적자 줄어도 '해외사업 부진, 소송부채' 부담

매출 11% 늘며 적자 절반 축소…당기순손실은 두배 확대, 소송충당부채 탓

최은진 기자  2023-02-10 16:53:16
영진약품이 적자 실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알앤에스바이오와의 소송전에서 패소하면서 관련 부채가 손실로 돌아왔다. 중점 추진전략인 '해외사업'에 대한 방향성도 여전히 부재한 실정이다.

영진약품의 2022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1.4% 늘어난 218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같은기간 절반 줄어든 74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적으로는 적자가 이어지긴 했으나 손실폭을 줄였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론 꽤 고무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국내영업과 OEM(위탁생산) 사업에서 소폭 성장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국내서는 소화성궤양용제인 '라베뉴정'이 출시됐고 기존 제품 가운데선 하모닐란, 파이브로 등의 매출이 확대됐다. OEM 사업은 항생제, 일반 및 전문의약품 등 고루 성장을 이뤘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국내영업이 소폭이나마 성장하며 영업적자가 줄었다"며 "해외영업은 여전히 정체 상황이지만 적자가 줄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진약품 내부에선 적자가 줄었지만 두가지 관점에서 아쉬운 지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가장 중요전략으로 내세웠던 해외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영진약품은 그간 세파항생 주사제를 글로벌 사업의 핵심 품목으로 내세우며 일본 제약사 사와이에 납품했다. 그러나 2021년 납품계약이 종료되면서 해외매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출규모는 181억원 규모로, 한창 잘나가던 2020년 같은 기간 462억원 대비 절반으로 축소됐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0%에서 10%로 축소됐다.


이에 해외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통으로 평가되는 이기수 대표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대표는 일본 구마모토대학원에서 세포유전학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2012년 영진약품 국제사업부장으로 입사했다가 2017년 말 종근당 글로벌사업 임원으로 적을 옮겼다. 약 5년만에 복귀한 셈이다.

하지만 사와이사의 빈틈을 메우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렇다 할 해외성장 전략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영진약품은 일단 기존 사업의 매출 정상화 및 수익성 안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추후 신규 사업의 사업화 실현을 달성해 글로벌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영업 외에도 복병은 있었다. 영진약품은 지난해 2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 116억원 대비 손실이 두배 늘었다. 영업적자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 규모 확대는 꽤 의아한 지점이다.

이는 2019년 제기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관련 충당부채를 기타비용으로 인식한 데 따른 결과다. 2019년 알앤에스바이오는 영진약품이 '유토마외용액2%' 판매권에 대한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결과는 올해 2월 영진약품인 94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며 결과적으로 패소했다. 이에 대한 충당부채를 지난해 말 인식하며 손실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영진약품은 법률대리인들과 논의 하에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소송충당부채가 인식되면서 당기순손실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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