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의 재고자산 총액이 4조원을 넘어섰다. 태양광을 필두로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재고 물량이 늘어났지만 태양광 업황의 변동성이 커지며 전체 재고자산회전율이 최근 10년 사이 최저점을 찍었다.
전체 재고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재공품(제조 단계의 제품) 재고자산이 불과 2년 사이 3배 가까이 뛰었다. 상품·제품 재고자산이 감소 추세였음을 고려하면 기존 재고를 떨어내는 동시에 추후 납품을 위해 사전적으로 재공품 물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은 연결 기준 기초소재, 가공소재, 신재생에너지 등의 사업부문을 두고 있는데 가공소재와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이 각각 담당한다. 이중 한화큐셀의 경우 비주력 사업장을 정리하며 생산 역량을 미국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내 공장의 가동률이 처음으로 5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2020년 한화솔루션의 전신인 한화케미칼은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한 이후 2021년부터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가동률을 별도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음성·진천의 셀·모듈 생산능력(각각 6GW 이상)이 중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거점보다 2~3배가량 많았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가 가시화하며 2021~2022년 신재생에너지 부문 생산능력은 95%에 육박했다. 기초소재 부문 울산공장, 가공소재 부문 공장(세종·음성)의 가동률이 90% 아래로 떨어졌던 시기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가동률을 끌어올리면서 2020년까지 1조원 아래였던 해당 사업의 재고자산 총액 역시 1조원선(2021년), 2조원선(2022년)을 차례로 넘어섰다. 특히 2022년에는 상품·제품 재고자산 규모만 1조원을 웃돌며 제품 생산속도가 빨랐다. 그해에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드리워진 태양광 업황 둔화 속에 가동률이 점차 하향 조정됐다. 대신 비주력 생산사업장은 정리하고 증설 투자를 미국에 쏟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말 음성공장(3.5GW)에서 모듈 생산을 중단했고 올해 상반기 말에는 중국 치둥공장에서도 셀·모듈(각각 2~3GW) 영업·생산을 중지했다. 이중 음성공장 중단의 여파로 현재 국내공장 가동률이 58%까지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생산거점인 미국공장은 램프업(생산량 확대)을 거치는 단계다. 2022년 1.7GW 수준이었던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은 증설 과정을 거쳐 지난해 말 5.1GW, 올 상반기 8.4GW 등으로 확대됐다. 한화솔루션이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해외 가동률을 공개하고 있진 않다. 아직 미국 셀 공장이 가동하지 않아 국내에서 생산한 셀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 가동률 자체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높지 않은 가동률에 재고가 쌓이며 재고자산회전율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은 그 숫자가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매출로 빠르게 전환한다는 의미다. 한화케미칼 시절이던 2017년 5.8회까지 찍었던 재고자산회전율은 2021년 4.7회, 2023년 3.4회, 올 상반기 2.4회 등으로 내려왔다. 최근 1년6개월 사이에만 회전율이 1회 떨어졌다.
올 상반기 4조315억원 규모의 재고자산 총액 중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2%(2조4883억원)에 이른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재고자산 액수가 3년 연속 2조원을 웃도는 수치로, 재공품 재고가 2022년 3863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673억원으로 불어나며 전체 재고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같은 기간 상품·제품 재고자산은 1조3946억원에서 9159억원으로 줄며 회사 차원의 최종 제품 재고 감축에 초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