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이 자본 확충을 위한 후순위 사채 발행에 나선다. 직접 공모로 진행하는 가운데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Investor Relation)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수요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우호적 투심이 예상되는 만큼 증액 발행 가능성도 유력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순자본비율(NCR)은 1271.81%로 이미 우수하지만 하나증권이 도달하고자 하는 수준은 훨씬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들의 평균 NCR인 1500%대를 달성해 대외적으로 자본건전성을 어필하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올해 후순위채 최대 4000억원 발행 예고…NCR '1500%대' 정조준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내달 5일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자 제반 작업에 착수했다. 만기는 6년으로 인수 기관은 별도로 두지 않고 기관 투자자들에게 직접 세일즈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발행 금리는 4.90%로 설정됐다.
하나증권은 최근 몇 년 동안 자본성 증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후순위채 3500억원을 찍은 이후 조용했지만 지난해 공모 후순위채 2100억원, 사모 신종자본증권 15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 2월 이사회가 연내 4000억원 이내의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가결했던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 추가 발행도 유력하다.
근래 자본성 증권 드라이브는 NCR 관리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하나증권의 NCR은 2020년(1214.6%) 이후 2022년까지 연속해서 내리막세를 탔다. 여타 대형 증권사 대비 해외자산 비중도 59.3%로 높아 대체투자 손실 관련 리스크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증권의 NCR이 열위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순 없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 하우스의 NCR은 1271.81%로 당국 권고치인 500%를 월등히 상회한다. 신평사들이 측정하는 수정 NCR도 190%를 상회하는데 이는 피어 증권사들보다 우수한 수준이다. 수정 NCR은 NCR의 분모가 되는 총위험액을 더욱 보수적으로 산출한 기준치다.
그럼에도 하나증권이 자본 확충에 나서는 것은 '정상급' NCR에 도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 관계자는 "현재 종투사들 평균 NCR이 1500%대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대형사들 전반적으로 NCR이 높다보니 이를 맞춤과 동시에 자본 적정성이 월등히 좋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종투사 평균 NCR 달성 '목표'…실적 성장에 증액발행 '청신호'
하나증권은 종투사 9개사 가운데 자기자본 6위에 해당하지만 종투사 평균 NCR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18개사 평균 NCR은 1095%로 집계됐다. 다만 종투사 평균 NCR은 1589.9%로 하나증권의 1200%대 수치를 한참 웃돈다.
이처럼 하나증권의 후순위채 발행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후순위채는 일반 회사채 대비 금리가 높아 필요 이상으로 보유할 경우 이자비용 부담이 상존한다. 회사 관계자도 "6년물이라 비용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대외적으로 이 정도 NCR 수치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초대형 IB 인가를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증권은 이미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을 쌓아 인가를 위한 정량적 요건은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더해 1500%대 NCR로의 안착은 미래, NH, 한투, 삼성, KB증권 등 현재 초대형 IB와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연내 4000억원 이내의 후순위채 발행 계획은 큰 문제 없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초 발행을 위한 IR 과정에서 이미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견조한 수요가 들어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나증권 내부에서도 최초 모집액 1500억원에 더해 증액 발행이 이뤄질 것으로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실적 성장세도 호재다. 하나증권의 등급 아웃룩은 지난 4월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별도 기준 지난해 2645억원의 영업적자와 31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이익창출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던 탓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전년 동기(118억원) 대비 10배가 넘는 1505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여 반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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