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이 2024년 1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사진)를 맡고 있는 김정기 경영전략본부장의 부담도 덜었다. 그는 "올해 시장 환경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연간 턴어라운드도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다만 올해 미국과 유럽 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여부에 따라 실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1분기만에 9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하나금융지주 내에서 하나증권의 이익 기여도도 다시 높아졌다. 올해 1분기 하나증권의 이익기여도는 8%대를 기록했다.
◇ 1분기 증권, 은행 다음으로 이익 기여도 높았다
지난 26일 하나금융지주는 '2024년 1분기 경영실적발표'를 진행했다. 해당 자리에는 박종무 하나금융 CFO를 비롯, 강재신 최고위험책임자(CRO) 등이 참여했고 계열사 임원 자격으로 김정기 하나증권 CFO도 함께 했다. 그는 실적 발표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기관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리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2024년 1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090억원, 당기순이익 8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12.7%, 7.8% 증가했다. 2022년 연간 순이익은 1260억원, 2023년 마이너스(-) 2708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만큼 시장에서는 하나증권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대해 궁금증이 있었다. 박신영 골드만삭스 연구원 역시 이와 관련된 질문을 했고 김정기 CFO가 직접 대답했다.
그는 " 2023년에는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으면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며 "선제적으로 추가 손실을 반영한만큼 추가 손실 부담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주요 지표 또한 정상화되고 있고 각 사업부분별로 경상이익 수준을 보이고 있어서 시장 환경이 더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는다면 저희가 예상하고 있는 턴어라운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하나금융지주 내에서 하나증권의 이익 기여도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하나금융지주 전체 연결 당기순이익 규모는 1조34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순이익 규모는 8432억원이었고 하나증권이 그 뒤를 이었다. 이익 기여도는 8.7%로 집계됐다.
과거 하나증권의 금융지주 내 이익 기여도를 보면 2021년 14%대였으나 이후 대규모 충당금 이슈로 인해 2022년 3.5%, 2023년 -7.8%였었다. 2021년의 경우 하나증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때로 IB부문이 승승장구할 때였다. 하지만 이후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시장이 꺾였고 충당금을 쌓기 시작하면서 기여도도 뚝 떨어졌다.
◇ 연간 턴어라운드 기대, 해외 부동산이 '변수'
하나증권의 전체 일반영업이익은 2890억원이었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이자이익은 910억원, 수수료이익은 710억원, 매매평가익은 890억원, 기타영업이익은 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 관리비는 1615억원으로 충당금 적립전 이익은 1275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각 부문 모두 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전 사업부문에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고 영업환경이 개선되면서 실적 턴어라운드를 시현했다"며 "IB부문은 전통 IB를 중심으로 수익을 회복했고 S&T부문은 파생결합증권 리그테이블 1위를 수성하고 비즈니스 확장을 통해 수익안정성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최근 2년간 충당금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적극적으로 해왔던 부동산PF와 해외 대체자산 투자로 인해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다. 지난해 연간으로 314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규모는 130억원대로 과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에는 연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 부동산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 전체로 보면 약 5조원 가량의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다. 투자지역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선순위 대출이 60% 정도, 나머지가 에퀴티나 후순위로 가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가 충당금을 쌓을 예정인만큼 증권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강재신 하나금융지주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지난해 증권부터 시작해서 상당 부분 손실을 인식하고 충당금을 쌓았다"며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짐으로 인해서 오피스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밸류에이션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추가 부실을 일정부분 예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부분을 경영계획에 반영, 대비한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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