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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밸류업 점검

배당성향 20% 이상 '굳건', 높은 예측가능성 뒷받침

②배당성향 중심에 DPS 반영하는 주주친화적 배당 추이…중간배당 도입 가능성도

강용규 기자  2024-09-12 11:25:32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가운데 현대해상은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시장과 공유하지 않았다. 검토마저도 신중한 모습이다. 현대해상의 기업가치 평가에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현대해상은 지금까지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시장에 공표한 바가 없다. 그러나 주주환원의 내부적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배당에 대해서는 높은 예측가능성을 주주들에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별도기준 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한다는 기조를 무려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이익이 급증했을 때 DPS(주당 배당금) 관리를 핑계로 배당성향을 낮추는 등의 이익 유보활동을 하지 않고 꿋꿋이 20% 이상을 주주에 돌려 왔다는 점은 베당의 지속성뿐만 아니라 주주환원의 진정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22년 연속 20% 이상 배당, 이익 감소시 성향 더 높이는 주주친화성

현대해상은 1995년 처음 결산배당을 시작한 이후 1997년과 2001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두 해 중 배당가능이익을 실현했지만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해는 1997년뿐이며 2001년은 적자를 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즉 21세기 들어 현대해상은 이익을 내면 반드시 이를 주주들에 환원해 왔다.

배당 실시에 대한 예측가능성뿐만 아니라 배당 금액에 대한 예측가능성 역시 높다. 현대해상은 2021년 결산 사업보고서에서부터 일반회계상 기준 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한다는 정책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긴 적이 없다.

더 이전의 정책을 살펴보면 2014~2020년까지는 연결기준 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해 왔다는 언급이 있으나 이를 정책으로서 공표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연도의 보고서에서는 별도로 배당성향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21세기로 한정할 경우 2014년 이전이라도 적어도 별도기준 순이익 20% 이상의 배당성향은 꾸준히 지켜져 왔다.

기업의 배당금 책정 기준에는 배당성향과 DPS 등 크게 2가지가 있다. 배당성향 기준은 기업의 실적 변동이 배당액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며 DPS 기준은 주주들이 꾸준히 일정 수준의 금액을 수취할 수 있다. 얼핏 보면 DPS 기준이 주주친화적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DPS에 중점을 둔 배당액 책정은 이익이 크게 늘었을 때 주주에 환원하는 금액을 줄이고 사내에 이익을 유보하는 방안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다. 때문에 DPS를 배제하지 않는 기업들도 DPS만을 기준으로 배당액을 책정하기보다는 배당성향을 중심으로 하되 DPS를 일부 반영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현대해상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익이 일시적으로 줄었을 때 DPS 보전을 위해 배당성향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주주들의 수취 배당액 감소분을 일정 부분 보전하는 것이다. 최근 10년의 사례를 살펴보면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던 2015년과 2019년 배당성향이 일시적으로 20%대 후반까지 높아진 바 있다.

2023년 결산배당을 제외하면 이익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배당성향을 낮추는 모습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2023년의 예외는 이 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당국에서 과다 배당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도 배당성향은 20% 선을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20년 넘게 배당을 쉬지 않으면서도 20% 이상의 배당성향을 최대한 주주친화적인 방향으로 지켜 왔다"며 "한 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 환원하는 데 있어 꾸준히 진정성을 보여 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주환원정책 향한 또 다른 기대 '중간배당'

현대해상이 별도기준 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한다는 기조를 20년 넘게 지켜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이 배당 예측가능성의 완전무결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등 형태로 투자자들에 공표되지 않는 한 구속력이 없는 내부 정책일 뿐이다.

투자자들이 현대해상의 밸류업 계획 발표를 고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과 관련해 주주환원 강화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의 핵심 사안으로 명시하고 있다. 현대해상이 밸류업 계획에 배당성향 등 내용을 담은 주주환원정책을 포함할 때 향후 배당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주주환원정책에 배당성향 이외에도 반기배당이나 분기배당 등 중간배당에 대한 내용이 담기는 것을 기대하는 시선도 나온다.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기업들은 배당수익의 조기 실현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아직 실시하지는 않았으나 현대해상은 중간배당에 대한 근거를 이미 마련해 뒀다. 지난 2022년 실시한 2021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분기배당 실시가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할 바 있다. 당시 현대해상은 분기배당 실시 여부를 놓고 향후 업계의 주주환원정책 강화 동향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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