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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밸류업 점검

점차 깨지는 시총 3조 '벽', 밸류업이 변수 될까

⑦올해 1/3 넘게 3조 이상으로 마감…수익성 호평에도 주주환원 여력 '미지수'

강용규 기자  2024-10-02 15:39:08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가운데 현대해상은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시장과 공유하지 않았다. 검토마저도 신중한 모습이다. 현대해상의 기업가치 평가에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현대해상 주가는 연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단기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다시 3만원대 초반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시가총액 기준 3조원의 '벽'을 쉽사리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벽 너머에 체류하는 기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

최근 현대해상이 한국거래소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으로 편입되면서 향후 주가 향방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대해상은 수익성을 높게 평가받아 지수에 편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수익성이 주주환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밸류업 기대 연초 대비 사그러들었지만…시총 점진적 상승세

현대해상 주가는 연초 단기 급등세를 보였다. 1월19일 장중 2만8450원의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이후 단 11거래일 만인 2월5일 장중에 52주 최고가인 3만6800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다시 3만원대 초반을 오가고 있다. 직전 거래일(9월30일) 장 마감가는 3만3000원이다.

연초의 주가 급등은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천명하면서 대표적 저평가주인 금융주를 향해 투자자들의 기대가 쏠린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후 밸류업 계획을 투자자들과 공유하지 않자 기대가 빠르게 식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해상 주가는 4월12일 2만8750원에 거래를 마쳐 2만원대로 떨어졌으나 6거래일이 지난 4월22일 다시 3만원대를 회복했다. 이후는 실적발표 등 이슈와 맞물리며 주가가 요동치고 있으나 일시적 등락을 제외하면 주가 수준은 3만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현대해상의 현 주가 수준에 상장 주식수 8940만주를 반영해 산출되는 시가총액은 2조원대 후반으로 직전 거래일 장 마감가 기준으로는 2조9502억원이다. 시가총액이 일시적으로 3조원을 넘어설 때가 있었지만 결국은 2조원대 후반으로 회귀하는 흐름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올해만이 아니라 2022년 초 주식시장이 코로나19의 침체에서 헤어나오며 빠르게 회복된 이후로 지속 중인 흐름이다. 다만 연중 시총이 3조원 이상에 머무르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해상 시총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246거래일 중 15일에 그쳤으나 2023년에는 245거래일 중 58거래일로 늘었다.

올들어서는 직전 거래일(3분기 말) 기준으로 183거래일 중 79일을 시총 3조원 이상으로 마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상승한 주가를 대부분 반납하기는 했으나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최근 현대해상이 지수 구성 종목에 포함된 만큼 밸류업 투자심리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밸류업 기대 핵심요인 '수익성', 주주환원으로 이어질 수 있나

업계 분석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시장평가 요건인 PBR(주가순자산비율)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함에도 올해 수익성이 높은 평가를 받아 지수에 포함됐다.

작년 말 기준 현대해상의 PBR은 0.4배에 불과해 지수 구성 풀에 해당하는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기업들 중 PBR 상위 50%라는 기준에 미달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실적 신기록에 해당하는 순이익 8330억원을 거둬 작년 한 해 순이익 8057억원을 반년 만에 넘어서는 등 높은 이익 창출능력을 보이고 있다.

순이익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직접적인 주주환원과 직결된다. 현대해상은 20년 넘게 20%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한 역사가 있는 만큼 높은 수익성이 곧 배당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해상이 이 점을 높게 평가받아 지수에 포함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문제는 올해 현대해상의 높은 수익성이 배당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 역시 낮지 않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의 압력을 지난해보다 크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일괄적 계약 해지에 대비해 보험사가 쌓아둬야 하는 금액으로 이익잉여금에 포함되지만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는 법정 준비금이다.

지난해 현대해상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2022년 말 대비 1815억원 감소해 배당재원을 책정할 여유가 있었다. 반면 올해는 상반기 순이익 8330억원 중 무려 95.6%에 해당하는 7963억원을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했다. 하반기 더 나은 이익 창출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대해상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든 배당액을 책정하게 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 자본적정성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사에 한정해 기존 회계기준 적용시와 유사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내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해 2024년 사업연도 결산부터 이 방안을 바로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당국의 방안대로라면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이 200% 이상인 보험사들만이 이 제도 개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반면 현대해상은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킥스비율이 169.7%에 불과하다.

현대해상은 상반기 말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12조4784억원,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이 7조354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를 기준으로 킥스비율 200%를 달성하려면 2조2296억원의 자본 보강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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