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산은캐피탈은 산업은행 부행장급 인사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왔다. 여타 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와 같이 은행 부행장을 대표로 선임하는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영모 전 대표가 캐피탈 부사장에서 대표로 승진한 이후 새로운 인사 공식이 마련됐다. 산업은행 부행장에서 산은캐피탈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승진하는 공식이다. 이 공식은 양기호 현 대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대 대표 13명 중 12명 산은 출신, 부행장급 인사 선임 산은캐피탈은 1999년 한국산업리스와 한국기술금융의 합병으로 출범한 이후 산업은행 출신들이 꿰차고 있다. 13명의 대표 중 12명이 산업은행에서 부행장 등을 거쳐 산은캐피탈 대표로 선임됐다. 산은캐피탈은 산업은행이 지분율 99.92%를 보유한 자회사로 금융권 인사 관행처럼 은행 부행장급 인사들을 캐피탈 대표로 선임하고 있다.
2008년에 부임한 노치용 전 대표가 유일한 외부 출신 대표다. 노치용 전 대표는 현대건설 비서실장과 현대증권 기업금융본부장, IB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현대맨'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6년간 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산은캐피탈은 노치용 전 대표 이후로는 다시 산업은행 출신들을 대표로 선임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대표 인선에 변화를 주었다. 과거 산업은행에서 바로 대표로 선임했다면 김영모 전 대표부터는 산은캐피탈 부사장에서 승진하는 공식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 출신을 선임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지만 부사장직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김영모 전 대표를 비롯해 전영삼 전 대표, 김건열 전 대표, 양기호 대표 모두 은행 부행장과 캐피탈 부사장을 역임한 후 대표로 선임됐다.
◇양기호 대표 임기 1년 만료, 추가 연임 없이 유임 최근 10년간 산은캐피탈 대표들은 중도 사임 없이 임기 3년을 모두 채우고 있다. 과거에는 임기를 채운 대표이사가 전무했다. 이종각 초대대표부터 정인성 전 대표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대부분 부실한 실적으로 중도 교체가 이뤄졌으며 노치용 전 대표와 정인성 전 대표는 타 금융기관으로 이동하면서 중도 사임했다. 노치용 전 대표는 임기 중 KB투자증권(현 KB증권) 대표에, 정인성 전 대표는 한국선박금융 대표에 선임됐다.
정인성 전 대표 이후로는 3년 임기 중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사례가 없다. '산업은행 부행장-산은캐피탈 부사장-사장' 공식이 자리잡은 이후로는 부사장 임기를 포함해 총 임기를 3년씩 부여하고 있다. 부사장 임기가 1년이라면 대표 임기가 2년이 되는 구조다.
김영모 전 대표와 전영삼 전 대표, 양기호 대표는 산은캐피탈 부사장을 1년 맡은 후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와 달리 김건열 전 대표는 부사장직을 2년간 수행한 후 대표로 승진했다. 총 임기가 3년이기 때문에 대표 임기는 1년에 그쳤다.
양기호 대표의 경우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장을 거쳐 2022년에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대표로 승진하면서는 임기 1년을 부여받았다. 올해 4월에 대표 임기가 끝났지만 연임이나 대표 교체 없이 양기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대표 임기와 달리 사내이사 임기는 2년으로 내년 4월에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