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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캐피탈, 'IB 전문' CEO 선임 기조 이어질까

사업방향 부합하는 전문가 선임…황영섭 이후 내부 출신 전무

김경찬 기자  2024-08-30 07: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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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신한캐피탈은 신한리스로 출발해 현재 IB·투자금융 전문사로 변모했다. 대표 선임 기준은 기업의 핵심사업과 경영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신한캐피탈도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관련 전문성을 지닌 대표를 선임했다.

신한캐피탈은 정운진 현 대표가 이끈 지난 3년간 고공성장을 이뤘다. IB부문 딜(Deal)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것이 주효했다. 투자·IB부문에서 본궤도에 오른 만큼 차기 대표 인선에서도 'IB 전문 CEO' 선임 기조를 이어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9명 대표 중 8명 은행 출신, 전문분야는 다양

신한캐피탈은 1991년 신한리스로 설립된 이후 대표에 오른 인물은 총 9명이다. 이중 황영섭 전 대표를 제외한 8명의 대표 모두 신한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분야는 상이하다. 선임 당시 경영환경과 사업 방향성에 부합하는 인물들을 선임하면서 리스크관리, 글로벌, 기획 등 제각기 다른 전문가들을 선임해 오고 있다.


황영섭 전 대표는 주력사업인 선박금융에서 위기를 맞았던 2012년에 대표로 선임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경기 침체가 이어졌던 시기다. 신한캐피탈은 캐피탈업에 정통한 황영섭 전 대표를 선임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황영섭 전 대표는 신한리스의 창립멤버이자 첫 내부 출신의 대표이사다. 투자금융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신한캐피탈은 선박금융에서 부실이 지속되면서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대표를 교체했다. 설영오 전 대표는 신한은행에서 여신심사부 심사역과 기업구조조정팀장, BPR추진부장, 리스크관리 담당 전무 등을 지냈다. 황영섭 대표 후임으로 내부 승진 기대감도 높았지만 대내외 경영환경에 따라 다시 은행 출신을 선임하는 대표 인사가 이뤄졌다.

허영택 전 대표가 선임된 2019년은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확대가 필요했던 시기다. 허영택 전 대표는 그룹 내 대표 글로벌 전문가로 평가받아 왔다. 뉴욕, 인도, 베트남 등 주요 거점에서 해외 주재원으로 활동했으며 글로벌전략부장과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등을 담당했다. 허영택 전 대표는 신한캐피탈에서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하며 IB전문 캐피탈사로 변모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정운진 대표, 그룹 GIB 성장 이끈 'IB 전문가'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

IB·투자금융 전문 금융사로 거듭난 신한캐피탈은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운진 대표는 그룹 GIB사업 부문을 담당하며 신한금융의 IB 성장을 이끌었다. 신한금융은 신한캐피탈의 새로운 방향성과 정운진 대표의 IB 전문성이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2021년 대표로 선임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룹의 판단이 적중했다. 신한캐피탈은 지난 3년간 최대 순이익을 거두며 그룹의 비금융 실적을 견인했다. 투자금융 부문을 강화하며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 전략이 주효했다. 올해는 부동산PF 리스크로 주춤한 모습이지만 정운진 대표 재임 동안 그룹 계열사 중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신한캐피탈이 'IB 전문 CEO' 선임 기조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차기 대표 선임 역시 기조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정운진 대표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차기 대표 인선 절차가 개시될 예정이다. 통상 신한캐피탈 대표의 임기는 2~4년이다. 한도희 전 대표가 6년 재임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임기가 5년 이상인 대표는 전무하다. 정운진 대표는 4년째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어 교체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내부 출신 대표 선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황영섭 전 대표 이후 줄곧 신한은행 부행장급 임원들이 대표이사를 꿰차고 있다. 신한캐피탈의 규모가 커진 만큼 전문인력도 확보돼 내부 승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캐피탈 업권에서는 IBK캐피탈이 지난해 내부 출신 함석호 대표를 선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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