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추진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대기업 지주사들이 관심을 받았다. 저PBR 종목으로 묶이는 대기업 지주사의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기대감이 올라갔다.
2018년 그룹의 지분구조 재편으로 출범한 지주사 ㈜효성은 자회사의 호실적에 힘입어 배당을 상향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자회사의 실적이 정점을 찍으며 ㈜효성의 곳간도 채워졌고 2021년 한때 PBR이 0.72배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시기 이후 PBR은 0.5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동, HS효성 분할 등 대내외 이슈에도 기업가치 측면에선 여전히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룹 PBR 하위권, 아쉬운 배당 축소 HS효성 분할 전 효성그룹 상장사는 총 10곳이다. 2018년 지주사로 전환한 ㈜효성을 중심으로 그 아래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첨단소재, 효성ITX 등이 있고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이 각각 진흥기업과 신화인터텍을 지배하고 있다. 오너 개인회사로 분류되는 갤럭시아에스엠과 갤럭시아머니트리도 효성그룹 내 상장사다.
이중 그룹 본체 역할을 하는 ㈜효성의 PBR은 계열사 중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시장에서 지주사는 사업회사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한때 ㈜효성의 PBR은 상승세를 보이며 선방하는 편에 속했다.
지주 전환 이듬해인 2019년의 ㈜효성 PBR은 0.66배로, 10개 상장사 중 뒤에서 두번째에 위치했다. 당시 효성중공어비 PBR이 0.27배로 가장 낮았고 그 바로 위가 ㈜효성이었다. 나머지 8개 상장사의 PBR은 모두 1배 이상일 정도로 효성그룹 상장사는 자산가치와 주가 간 괴리가 거의 없었다. 진흥기업, 효성ITX의 PBR은 3배 이상이기도 했다.
㈜효성과 효성중공업의 PBR은 이후 3년 동안 1배 이하의 하위권에 머물렀으나 그 수치 자체는 점차 올라갔다. ㈜효성의 경우 코로나19를 거치며 스판덱스 계열사 효성티앤씨, 금융솔루션(ATM·키오스크 등) 자회사 효성TNS의 실적 호조와 배당 확대로 현금창출력이 살아나며 배당 재원을 확보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000원에 고정됐던 ㈜효성 주당 배당금은 2021년 6500원까지 올라갔다.
계열사의 사업 확대, 배당 확대 등으로 ㈜효성 주가도 점차 힘을 받으며 그해 연말 PBR이 0.72배까지 올라갔다. 최근 5년 사이 ㈜효성 PBR이 최고점을 찍은 시기로, 이후 2년 동안의 PBR은 0.5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5개년 평균 PBR은 0.62배로 이 역시 그룹 내 최저 수준이다. 같은 하위권에 머물던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맞이한 전력인프라 산업의 호황기와 맞물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며 PBR 1배 고지를 넘어섰다.
◇순이익 흑자전환 TNS, 배당 재개 가능성 2021년 사업연도 기준 주당 배당금으로 6500원을 집행한 ㈜효성은 최근 2년 새 그 규모를 4500원, 3000원으로 낮췄다. 핵심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배당총액을 2158억원(2021년)에서 432억원(2022·2023년)으로 5배가량 낮추고 비상장 핵심 자회사인 효성TNS가 배당 중단이 영향을 미쳤다.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등이 지분법 대상 계열사인 데 반해 효성TNS는 연결 자회사로, 이 회사의 성과는 ㈜효성의 연결 재무실적에 반영된다. 특히 효성TNS는 효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후 매년 400억~600억원의 배당을 집행해 ㈜효성에 200억~300억원대 배당수익 창출을 지원했다. 지주사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효성에 합산 1000억원 이상의 배당을 올려보낸 곳은 효성TNS와 효성투자개발 2곳뿐이다. ㈜효성의 양사 지분율은 각각 54.02%와 58.75%다.
이러한 핵심 비상장 자회사 역할을 하는 효성TNS가 2022~2023년 사업연도 기준 배당을 집행하지 않으며 ㈜효성의 재원 확보도 어려워졌고, 그만큼 배당 여력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중공업이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으로 첫 배당(총 233억원)을 집행했지만 지분율(32.47%)에 따라 ㈜효성에 실제 들어온 금액은 76억원 수준이었다.
㈜효성의 대표 주주환원책인 배당 확대를 위해 주요 상장 계열사뿐 아니라 효성TNS도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지난해 순손실(-254억원)을 냈던 효성TNS가 올 상반기 흑자전환(123억원)에 성공하며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도 효성TNS의 미국·인도·유럽 등 글로벌 사업 성과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효성이 HS효성 분할 과정에서 보유하던 자사주 전량을 소각·처분한 만큼 앞으로 배당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효성TNS의 배당이 그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