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관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대부분 3년 이하의 짧은 임기를 보낸다. 이 기간동안 다양한 투자 전략을 쌓더라도 임기 내에 성과가 발현되기는 힘들다. 오히려 차기 CIO 임기 때 전임자의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주요 기관들의 성과를 10년 이상 장기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외부 평가는 주로 한 해마다 나오는 단편적인 성적표에 집중돼 있다. 더벨에서 국내 주요 기관들의 10년치 수익률과 자산 비중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 역대 CIO들의 활동을 조명해본다.
건설근로자공제회(건근공)는 지난 10년간 총 4명의 CIO(자산운용본부장)가 거쳐갔다. 대부분 외부 기관에서 자산운용을 담당하던 전문가들이 선임됐다. 올해 초 이상민 본부장이 CIO로 선임되며 10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 인사가 등용됐다.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며 체질을 바꿔 온 건근공은 해당 분야 전문성이 있는 이 본부장을 낙점했다. 대체투자 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리스크 관리 등 여러 방면을 두루 경험한 만큼 건근공 CIO로서 자질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최근 4년간 임기 연장 없어, 첫 내부 출신 선임
이상민 CIO는 1973년생으로 두산중공업, 한국인프라금융자문 민자투자사업팀장을 거쳐 건근공에 자리를 잡았다. 약 12년 동안 건근공에서 근무하며 증권운용팀장(주식&채권), 리스크관리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런 만큼 외부 출신보다는 건근공 내부의 사정이나 그간의 자산운용 현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건근공은 지난 10년간 외부 출신 CIO를 주로 등용했다. 박원준 전 CIO와 한정수 전 CIO는 모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신이다. 뒤를 이은 이위환 전 CIO는 삼성생명, 삼성자산운용, 한화손해보험 등을 거쳤고, 직전 CIO인 이성영 본부장은 신협중앙회 출신이다. 현재 건근공을 비롯해 대부분의 연기금, 공제회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어 내부 출신 CIO의 책임이 무거워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20년 이후 건근공 CIO 임기는 2년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 이위환 전 CIO는 2020년 2월 취임 후 2년의 임기를 마치고 IBK투자증권 CS(고객솔루션) 사업부 부문장으로 옮겼고 이성영 전 CIO 역시 2년의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통상 공제회 및 연기금 CIO 임기는 기본 2년에 성과에 따라 1년씩 연장을 하는 구조다. 자산운용 성과를 발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감안할 때 임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건근공은 현재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공제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주식 비중이 큰 대부분의 공제회와 달리 2023년 기준 건근공의 주식 비중은 6.2%로 대체투자(29.8%)와 비교해 크지 않다. 전반적으로 채권(55.2%)과 대체투자가 자산운용의 큰 축의 역할을 한다. 이상민 본부장은 홍익대 건축공학과, 뉴사우스웨일즈 건축환경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두산중공업 담수발전BG MED팀, 한국인프라금융자문 등에 몸 담으며 부동산 부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대체투자 방면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VC·PE 등 대체투자 다변화, '고른 수익률'은 과제
건근공은 지난 5월 국내 벤처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 출자금액은 200억원으로 총 두 곳의 위탁운용사를 뽑았다. 지난 2021년 스톤브릿지와 에이티넘을 선정한 뒤로 약 3년 만에 VC 출자를 재개했다. 작년부터는 PE(사모펀드) 출자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 부동산 외에 다양한 분야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2017년 이후 건근공의 대체투자 수익률을 살펴보면 대체로 5%를 웃돈다. 2021년 10.6%로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2023년 3.33%로 상대적으로 성적이 저조했다. 다만 주식 부문 수익률과 비교하면 변동폭은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18년과 2022년 건근공의 주식 부문 수익률은 각각 -16.1%, -21.5%를 기록했다. 이를 감안할 때 대체투자 부문에서 고른 수익률을 내 주식 부문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역할이 강조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역시 이런 배경과 맥락을 함께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상민 본부장 역시 대체투자의 안정성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선순위 부동산 대출펀드와 인수금융 펀드에 약 2600억원 규모로 출자를 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안정성을 염두에 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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