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계열사 중 DB인베스트(옛 동부인베스트먼트)는 창업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설립 초기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DB하이텍의 정상화에 기여했지만 수익원이 부재한 탓에 적자를 여러 차례 겪었다.
특히 지난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200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결손금은 4000억원에 육박한다. DB인베스트는 해결방안으로 '보유 주식 매각'을 감사보고서에 적시했다. DB메탈 지분을 팔아 재무구조 개선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창업주 일가 납입자본금 3200억, 잦은 '순손실' DB인베스트는 2009년 DB하이텍의 재무구조 정상화에 일조하는 취지에서 김준기 창업회장이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회사다. 당초 김 창업회장이 지분 일체를 보유했으나 2015년 당시 보유한 차입금을 상환할 필요성이 대두되자 '오너 2세' 김남호 회장이 700억원을 출자하며 주주로 합류했고 지분율이 희석됐다.
올 5월 말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현황 공시 기준으로 DB인베스트의 최대주주는 김준기 창업회장이다. 전체 주식의 73.5%(4억7411만4813주)를 보유 중이다. 김남호 회장은 나머지 지분 26.5%(1억7087만4935주)를 소유하고 있다.
DB인베스트는 창사 이래 매년 자본잠식을 겪었다. 지난해 말 DB인베스트의 자본총계는 -20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말 -197억원을 시현한 이래 3년 만에 다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접어들었다. 총자본 구성을 살피면 자본금 3225억원과 2012년에 감자를 단행하면서 발생한 자본잉여금(감자차익) 396억원이 존재한다.
단연 눈길을 끄는 항목이 '미처리 결손금'이다. 3826억원으로 2022년 말 3479억원과 견줘 1년새 9.9%(347억원) 많아졌다. 그동안 결손금의 추이를 살피면 2013년 말 1114억원에서 2014년 말 3074억원으로 3배 가깝게 불어난 이래 3000억원을 웃돌았다.
결손금 해소가 여의치 않았던 이유는 실적 부진이 잦은 탓이다. 2014년 이래 2023년까지 10년을 통틀어 살피면 2017년, 2021년,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당기순손실을 시현했다. 지난해 순손실 347억원을 겪으며 적자 전환했는데 영업수익이 대폭 줄어든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총자산 급감 '350억→3억'…메탈 주식 26% 보유 DB인베스트의 매출은 2022년 92억원에서 작년 156만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수익원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지분법이익이 '제로(0)'로 나타나며 실적 위축과 당기순손실을 초래했다. 보유한 DB메탈 주식 가치 347억원을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기 때문이다.
합금철 제조에 특화된 DB메탈은 지난해 경영 사정이 어려워졌다. 전방산업인 철강업계 경기가 악화된데다 합금철 시장에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DB인베스트가 보유한 DB메탈 주식 가치를 둘러싼 손상검사를 진행하게 됐고 회수가능액을 기대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연스레 DB메탈 지분에 대한 장부금액이 2022년 말 254억원에서 지난해 말 단돈 '1000원'으로 달라졌다. 지분법적용투자주식 평가액이 급감하며 작년 말 총자산은 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350억원과 비교하면 99.1%(347억원) 줄어든 규모다. 이에 DB인베스트는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키 위한 대처 방안을 수립했다.
DB인베스트는 올 4월에 공시한 감사보고서 주석을 통해 "특수관계자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속적으로 차입할 예정"이라며 "특수관계자 차입금은 출자 전환할 예정이며 보유 주식 매각을 통해 차입금 상환을 할 예정"이라고 기술했다.
여기서 언급된 '특수관계자'는 창업주 가문 일원인 김남호 회장, 김준기 창업회장을 포함해 DB스탁인베스트, DB메탈을 지칭한다. 최근 3년간 DB인베스트가 특수관계자로부터 차입한 내역을 살피면 김남호 회장의 자금을 빌려다 쓴 대목이 눈길을 끈다. 작년 말 기준 DB인베스트의 총차입금은 209억원으로 차입처는 '김남호'로 명시돼 있다.
특히 '보유 주식 매각'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DB인베스트가 갖고 있는 투자자산을 살피면 DB메탈 주식이 유일하다. 2009년 12월 DB하이텍이 보유하던 DB메탈 지분 39.5%를 2844억원에 사들이면서 주주로 합류했다. 올 5월 말 기준으로 DB인베스트가 소유한 DB메탈 지분율은 26.1%(4128만9748주)다.
DB인베스트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와 공시 등에 기재된 내용에 관해 설명드릴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