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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상반기 제약바이오 마켓리뷰

건수 줄었지만 거래금액은 늘었다, 눈에 띄는 '퀄리티 딜'

[기술수출]총 8건, 거래금액은 4.6조, 바이오텍 중심 거래…10조 전성기 회복 기대

김형석 기자  2024-07-10 15:05:56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업계는 여전히 혹한기를 견디고 있지만 단비 같은 기술이전 소식은 다수 있었다. 전년 대비 기술수출(L/O) 건수는 줄었지만 총 거래금액이 크게 늘었다. 업계선 질적인 측면에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차세대 약물로 각광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포함해 치매치료제와 약물 전달 플랫폼 등 기술수출 분야도 다변화됐다. 바이오텍의 기술성과가 늘면서 대형사 중심의 과거 편중 현상도 완화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1년 새 수출액 60% 급증…계약 절반 5000억 대형 딜

더벨이 집계한 2024년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이전 거래금액(계약금 비공개 제외)은 총 4조6545억원(34조3350만 달러)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같은기간 2조9029억원과 비교하면 60.34% 급증한 규모다.

전체 기술수출 계약건수는 8건이었고 계약금 비공개건은 1건이었다. 총 기술수출 거래금액은 계약금이 공개된 7건으로만 집계했다.

하반기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3년 만에 10조원대 기술수출 쾌거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과 2021년 기술수출 총액은 각각 10조1000억원, 13조2000억원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완연한 회복을 예상할 수 있다. 2022년과 지난해에 기술수출은 각각 6조2369억원, 8조4044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규모만 늘어난 게 아니라 계약의 질적 성장도 주목할 지점이다. 계약 건당 규모가 빠르게 성장해서다.

올해 상반기 기술수출 계약 건수는 8건으로 전년도 12건 대비 5건 줄었다. 그럼에도 평균 계약금액은 6480억원으로 전년도 2419억원보다 2.5배 늘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올해 전체 기술수출 가운데 절반인 4건이 5000억원 이상의 대형 딜이었다. 1년 전 5000억원 이상 대형 딜이 전무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반환의무가 없는 선급금도 다수의 계약에서 찾아볼 수 있다. 6월 미국 에보뮨과 자가염증질환치료제 APB-R3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에이프릴바이오는 207억원(1500만 달러)의 선급금을 수취했다. 같은 달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기술 수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 물질 IMB-101의 선급금은 276억원(2000만 달러)에 달했다.

◇대형 제약사 전유물 아니다…바이오텍 기술력 입증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한 기업 대다수가 바이오텍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과거 기술수출 당사자 대부분이 국내 대형 제약사와 대기업 계열사, 일부 1세대 바이오텍에 한정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공개된 기술수출 계약 8건 중 7건은 대형 제약사가 아닌 바이오텍이 주체가 됐다. 대기업 계열사와 대형 제약사의 경우 LG화학이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희귀비만증 'LB54640'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1건이 전부다.

이는 과거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한해동안 공개된 21건의 기술수출 계약 중 7건은 대웅제약, 종근당 등 전통제약사와 대기업 몫이었다. 1세대 바이오텍과 제약사 관계사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다. 2022년과 202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해는 아리바이오, 지놈앤컴퍼니,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에이프릴바이오, 이수앱지스, 넥스아이 등 기존에 기술수출 성과가 미진했던 바이오텍들이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다.

◇아이엠바이오 창립 4년 만에 1.3조 기술수출…지놈앤컴퍼니 ADC 물질 이전

가장 눈길을 끈 계약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자가염증질환치료제 'IMB-101(OXTIMA)'의 기술수출이다. 계약 규모는 9억4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이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Innovative Medicines based on ImmunoModulatory Biologics'를 슬로건으로 2020년 8월에 설립된 신생 바이오텍이다. 신생 바이오텍이 1조원 이상 대형 딜에 성공한 셈이다.

IMB-101의 개발 과정 역시 독특하다. IMB-101은 OX40L항체와 TNF-α를 동시에 타깃해 주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T-세포를 동시에 제어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당초 해당 물질은 국산 신약 30호 ‘케이캡’을 개발한 HK이노엔이 와이바이오로직스와 공동연구로 발굴했다. 2016년부터 후보물질을 개발하던 HK이노엔은 자사 항체 연구팀이 창업한 아이엠바이오로직스에 기술이전을 통해 후보물질을 넘겼다.

기술수출 물질 중에선 지놈앤컴퍼니의 계약도 주목받았다. 지놈앤컴퍼니는 6월 스위스 제약사 디바이오팜에 항체-약물접합체(ADC) 물질 'GENA-111'을 기술이전하는 5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항체로 전략을 확장한 이후 내놓은 성과라는 점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술수출은 국내 대형제약사와 1세대 바이오텍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신생 바이오텍을 비롯해 다양한 관련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는 기술을 도입하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우리나라 바이오텍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몰몰큘(저분자화합물) 외에도 ADC와 치매치료제 등 물질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기술수출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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