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 업체로 불리는 대기업 IT서비스 회사들의 매출 구조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체 매출의 상당액을 그룹 내 일감을 통해 안정적으로 올린다는 점이다.
인하우스(In-house) 방식의 운영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인하우스란 기업이 자체적으로 서버,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등을 내부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대기업이 직접 IT서비스 회사를 세워 자체 수요를 충족한다는 의미다.
일례로 현대백화점그룹의 IT 전문기업인 현대아이티앤이(IT&E)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97.94%를 나타냈다. 전체 매출액 594억원 중 581억원을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끌어왔다. 현대백화점 237억원, 현대홈쇼핑 137억원, 한섬 63억원, 현대그린푸드 39억원 등이다.
비단 현대IT&E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IT서비스 분야는 다른 산업 분야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상위 5개 업종이다. 2022년 기준 IT서비스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63.1%에 달한다. 내부거래 금액은 11조8000억원이다.
대기업 IT서비스 회사들이 폐쇄적 구조를 구축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당초 IT서비스 기업의 설립 목적이 그룹 지원에 있다는 입장이다. 그룹 정보를 외부에 맡기는 게 부담스러워 자체적으로 회사를 세운 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스스로의 발을 묶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내부거래로만 매출을 채울 경우 그룹 상황에 따라 매출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그룹 내 IT서비스 일감이 마무리되면 미래의 성장 동력에 제약이 걸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 듯 대기업 IT 서비스 회사들은 시야를 내부에서 외부로 조금씩 돌리고 있다. 2018년 내부거래 비중은 67.2%로 2022년보다 4.1%포인트 높았다. 대기업 IT 서비스 회사들이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폭이지만 현대IT&E 역시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99.39%) 대비 낮아졌다.
내부거래, 당장은 안정적으로 배를 불릴 수 있는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그룹 일감만으로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외부 일감 늘리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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