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번 현대글로비스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의 요지다. 가령 지금도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더 높여 시장을 제대로 사로잡겠다고 공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신사업 투자 전략을 본격 가동해 기업가치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평가한다. CFO로서 두 번째 해를 맞은 유병각 기획재경사업부장 전무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는 시점이다.
◇비용 절감은 한시적…신사업 투자로 중장기 주목도 높인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ROE가 원래도 높은 편이었다. 지난 7개년 평균 ROE가 14.17%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 시장의 평균 ROE인 9%를 훨씬 웃돌았다.
그런데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평균 ROE 15% 이상' 달성을 목표로 내놨다. 지금도 높은 수준의 ROE를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목표가 ROE 향상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성장 의지와 신뢰를 전달하는 신호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ROE는 인위적인 수단으로도 높일 수 있다. 비용 절감이 대표적인 사례로 단기적으로 순이익을 증가시켜 ROE를 상승시킬 수 있다. 이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지만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어 ROE의 장기적 성장을 이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영업이익률이 수년간 5~6%에 달해 굳이 비용 절감에 나설 필요가 없다. 따라서 회사가 신사업 투자를 본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익을 확대하는 방안은 결국 신사업에 달려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창출해 ROE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PBR이 둔화한 상황도 이러한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현대글로비스는 높은 수준의 ROE를 유지해 오면서도 2022년 이후 PBR이 0.8~0.9배에 머물러 왔다. PBR이 1배 아래면 시가총액이 회사 청산 가치보다 적을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목을 끌만한 투자 집행이 필요한 상태다.
◇투자 대상 구체적으로 공개…부채비율 95.6%, 재무 체력 '탄탄'
일단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인베스터 데이' 다음 개장일인 7월 1일,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24만8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회사의 성장 목표에 확실히 부응하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제 남은 건 '투자 집행'이다. 투자 성과를 내고 회사의 자본 효율성을 키워 시장에서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선순환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금 조달을 책임지는 현대글로비스의 CFO는 유병각 기획재경사업부장(전무)이다. 그는 처음 CFO를 맡았던 지난해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운반선(PCTC) 12척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외의 구체적 투자 내용은 상세하게 알리지 않았는데 이번에 2030년까지 향후 6년간 9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물류, 해운, 유통 등 기존 사업에 77%, 나머지 신사업에 23%를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스마트 물류 솔루션, 수소,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신사업 투자 역시 해당 분야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CFO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회사가 탄탄한 재무 체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95.6%다. 현금성자산도 약 4조원으로 회사가 설립된 이후 곳간이 가장 든든한 시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로 비계열 물량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며 "이는 호의적인 배당정책과 함께 높은 ROE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