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1조 실탄 남은 SK바이오사이언스, 추가 M&A에 담긴 고민

신약 플랫폼 기술 내재화 할 벤처 인수 염두, 그룹 리밸런싱 '선택과 집중' 고려

정새임 기자  2024-07-01 08:20:14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IDT를 인수하고도 1조원의 실탄이 남았다. 추가 인수합병(M&A) 여지가 충분하다. 'New Bio'로의 확장을 위한 CGT나 mRNA 등 신기술 확보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M&A 방향성과 시점에서는 호흡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바이오에 '선택과 집중' 한다는 그룹의 기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IDT 인수는 2년 전부터 계획한 3.0 성장 전략의 일환이다. 코로나19 백신 수혜를 누렸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엔데믹을 대비한 새로운 비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고 이때 제시된 것이 SKBS(SK바이오사이언스) 3.0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밝힌 바이오 확장 전략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에서 자체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신약은 이제 막 기반을 다져가는 단계다. 유망 모달리티로 mRNA와 CGT를 택했고 먼저 글로벌 생산시설을 확보한 후 플랫폼 기술로 확장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SKBS 3.0의 5가지 전략 중 하나인 'New Bio'다.

결정이 다소 지연됐지만 IDT 인수 계약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New Bio 첫발을 뗐다. IDT 최대주주인 클로케그룹과 교차 지분인수로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가 IDT 인수에 드는 자금은 2633억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업공개(IPO)로 보유한 현금자산 1조2533억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IDT를 인수한 뒤에도 1조원의 가용현금이 남는다. 추가 M&A도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 안 사장은 27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추가적인 M&A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회사를 매력적인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추가 M&A는 CGT 등 신규 모달리티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점쳐진다. IDT 인수로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보했으므로 다음은 신규 모달리티 신약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장착할 차례다. IDT가 앵커(리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외 CGT나 mRNA 전문개발벤처를 물망에 올릴 전망이다.

물론 이 경우 리밸런싱 관점에서 SK바이오팜과의 영역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SK바이오사이언스 말고도 최태원 회장의 SK바이오팜도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무려 20여년의 시간이 걸려 자체 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문을 돌파했다. SK바이오팜 역시 CGT와 더불어 표적단백질분해(TPD), 방사성의약품(RPT)을 3대 차세대 먹거리로 꼽고 있다.

바이오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그룹의 목표는 뚜렷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CDMO 회사를 인수하면서 동시에 CDMO 전문 기업이던 SK팜테코의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이같은 기조는 명확해 보인다. 신약 개발에서도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간 모달리티 혹은 질환별로 구획이 그어질 가능성이 높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전체적인 투자 규모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안 사장은 M&A를 포함해 SKBS 3.0 실현을 위해 5년간 2조4000억원 투자 계획을 공표했지만 최근 이 금액을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룹이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에 힘쓰는 상황에서 바이오에 대규모 투자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안 사장은 "IDT를 앵커로 추가적인 M&A를 적극적으로 볼 생각"이라며 "1년 2개월간 경영 환경에 변화가 있다보니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하려는 계획은 일부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