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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SK 포트폴리오 점검

'첫 자산 매각' SK팜테코, FI들 엑시트 셈법은

5년 내 IPO 실패 시 금리 2% 가산·드래그 조항 발동 등 안전장치 마련

김예린 기자  2024-07-01 07:47:28

편집자주

SK그룹은 최근 수 년간 자본시장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기업이었다. 활발한 투자유치 활동 탓에 수많은 계열사가 여러 PE와 주주 관계로 엮여 있다. 이에 SK그룹이 최근 추진 중인 전사 차원의 리밸런싱 격랑에 PE들도 함께 휩싸이는 분위기다. 더벨은 PE들의 SK그룹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리밸런싱에 따른 여파를 살펴본다.
SK그룹의 자산 재조정(리밸런싱)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인 SK팜테코가 어떤 행보에 나설지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버지니아 CDMO 공장을 덴마크 대형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에 매각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바이오 계열사 사업재편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대규모 자금을 베팅한 재무적투자자(FI)들은 SK그룹과 SK팜테코의 자산 정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브레인자산운용과 자회사 KY프라이빗에쿼티(이하 KY PE)는 지난해 말과 올 초 두 차례에 걸쳐 5억달러(한화 기준 6000억원대) 규모로 SK팜테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완료했다. 전환우선주(CPS) 투자 형태다.

FI들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나스닥 상장 흥행에 따른 성공적인 엑시트다. 투자 계약상 SK팜테코는 투자받은 이후 5년 내 상장해야 한다. SK그룹은 SK팜테코의 버지니아 자산 매각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과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SK팜테코의 현재 수익성은 높지 않고, 최근 사들인 해외 자회사들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브레인자산운용 6000억대 투자에 국내 다수 LP들 베팅

브레인자산운용이 SK팜테코 투자를 본격화한 건 지난해 7월이다. SK팜테코 프리IPO 펀딩에 참여했던 IMM프라이빗에쿼티-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코스톤아시아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같은 해 9월에는 본계약을 체결하며 자금 조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는 LP들이 출자 규모를 한참 줄이는 펀딩 혹한기였던 탓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 브레인자산운용이 지난해 말과 올 초로 나눠 클로징한 이유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4100억원 글로징을 완료했다. 기존 보유한 블라인드 펀드, 신규 결성한 프로젝트 펀드뿐 아니라 리테일을 활용해 1차 클로징 자금을 모았다.

우선 산업은행과 공동 운용(Co-GP)하는 해외 투자 목적의 3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 ‘KDB-브레인글로벌PEF’에서 670억원을 끌어왔다. 증권사들을 통해 1억달러 규모 투자신탁 상품을 만들어 공동 판매했다. 나머지 자금은 KY PE가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어 조달했다. 해당 펀드에는 증권사, 은행, 캐피탈사 등 기관 17곳이 출자했다.

2차 클로징에서는 KY PE이 단독 주체로 나서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했다. 연기금·공제회들로부터 2000억원가량을 모으며 최종 클로징했다. SK그룹의 '11번가 콜옵션 행사 포기'로 드래그앤콜(Drag&Call) 옵션에 대한 LP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브레인자산운용 역시 SK팜테코 투자에서 드래그앤콜 조건을 내걸었다. 연 6.9% 수준의 보장수익률도 확보했다. 드래그앤콜 조항에 대한 불신에도 펀딩에 성공한 비결로는 브레인자산운용이 SK팜테코의 CDMO 사업 역량과 독보적 입지, SK그룹 내 높은 위상 등을 LP들을 강조한 점이 꼽힌다.

◇SK팜테코 및 자회사들 수익성 악화, 돌파구 마련 고심

고성장에 대한 기대감에도 현재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SK팜테코의 한계로 꼽힌다. SK팜테코의 매출은 2021년 7750억원에서 2022년 9170억원으로 올라섰다. 영업이익도 2021년 290억원에서 2022년 49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806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20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자회사들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은 분위기로 전해진다. SK팜테코는 2018년 미국 CDMO 기업인 앰팩을 8000억원에 인수했고, 2021~2023년 약 1조원을 들여 프랑스 이포스케시와 미국 CBM을 인수했다. 이중 특히 이포스케시와 CBM의 재무 상태가 열악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매물로 나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물론 SK팜테코와 FI들은 매각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이나 FI들은 버지니아 공장 매각의 경우 리밸런싱 차원이 아니라 원매자로부터 매각 의사가 들어와 응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SK팜테코는 2018년 앰팩을 인수하면서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3개 공장을 손에 넣었다.

이중 버지니아 공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치료제를 생산하던 공장이었으나 엔데믹이 도래하면서 가동률이 떨어졌다. 현재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원금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할 경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평가다. 향후 노보노디스크와 사업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본래 경쟁력을 갖춘 합성의약품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파른 성장세에 대한 FI들의 기대감은 남아 있는 분위기다.

다만 5년 내 IPO 실패 시 돌파구는 필요하다는 점에서 FI들은 하방 안전장치를 여럿 마련해둔 상황이다. 우선 YTM 6.9%와 콜앤드래그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5년 이후 1년마다 연 2%p씩 금리를 가산시키는 조항을 계약 조건에 포함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리 부담을 높여 상환 압박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SK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강제 경영권 매각을 실시할 수 있다. 미온적으로 대하더라도 연 2%p씩 계속 금리가 더 붙기 때문에 최종 수익률은 높아지는 구조다. SK팜테코 투자자들이 나스닥 상장 성공으로 대박을 누릴지, 원금에 금리를 더해 상환받는 수준에서 만족하고 끝날지 SK팜테코의 향방에 자본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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