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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바이오 승계, SK㈜ 중심 복잡한 지배구조 관건

바이오 사업 전면에 선 장녀 최윤정 팀장 중심축, SK팜테코 지배권 확보 중요

최은진 기자  2023-10-19 07:00:56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승계'에 대한 관점은 역시 자녀에게로의 증여나 상속이다. 2021년 인터뷰나 최근 공개된 외신 인터뷰 역시 자녀들에게의 경영권 및 지분 승계를 염두에 뒀다.

최 회장이 소유한 SK그룹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는 장녀가 맡고 있다. SK바이오팜 내부의 중책을 맡고 있을 정도로 무게감도 실린다.

하지만 실질적인 승계는 단지 SK바이오팜에만 국한하긴 어렵다. 지주사 SK㈜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바이오사업이 밸류체인의 일환인 만큼 이에 대한 지배권을 어떻게 확보하는 지가 관건이다.

◇최태원 회장, 승계 준비 염두…최윤정 팀장 '바이오사업' 광폭행복

최 회장은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승계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은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2년 전인 2021년 외신 인터뷰에서는 "승계는 결정된 것이 없고 경영 등 미래에 대해선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년만에 바뀐 기조, 그리고 자녀에게로의 승계. 국내 재계서열 2위 SK그룹에 대한 최 회장의 승계에 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승계 준비는 시작됐고 결국 자녀에게로의 승계는 수순인 셈이다.


최 회장과 노소영 나비 아트센터 관장 사이의 자녀는 셋이다. 이들 모두가 SK㈜ 계열의 각 사업에서 근무해왔다는 점은 향후 승계 시나리오를 예상케 한다.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2017년 6월, 차녀인 최민정 SK하이닉스 전 리더는 2019년, 장남인 최인근 SK E&S 사원은 2020년에 입사했다. 통신을 제외하고 모두 SK㈜ 계열의 근간이다.

이 가운데 신사업으로 부상하는 바이오에 대한 승계 시나리오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윤정 팀장이 현재 SK바이오팜 내부에서는 물론 그룹 전반적으로 '신약개발'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사업에 대한 그녀의 의지가 상당하다는 일화가 구전으로 흘러들어온다.

연초 최윤정 팀장이 직접 CES에 찾아가 세노바메이트 관련 사업을 챙긴 건 물론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 기간에 SK㈜ 계열의 파트너사 및 국내외 바이오텍과 스킨십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접 투자 및 인수합병(M&A) 등 딜을 논의하는 키맨역할을 했다.

올 초 SK㈜와 SK바이오팜을 주축으로 한 신약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 것도 관련이 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이을 먹거리를 발굴 및 유망 벤처 투자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지만 궁극적으로는 외연 확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간 SK그룹 내에서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제약바이오 사업을 키우겠다는 승계 후보자의 의지가 담겨있다.

◇SK팜테코 지배권 획득 관건, 지분승계 어려운 지점

단언할 순 없지만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꼽히는 3남매간 나름의 구획이 나뉘었다는 건 향후 승계 시나리오 역시 관련 분야로 분할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으로는 3남매가 어떻게 관련 사업의 지배권을 확보할 것이냐의 문제로 넘어간다.


현재 최 회장의 자녀들은 단 한주도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3남매 가운데 경영, 구체적으로는 바이오 사업에 가장 진심을 보이며 열중하는 최윤정 팀장의 경우에도 SK㈜는 물론 SK바이오팜 지분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SK㈜ 계열의 복잡한 바이오사업 지배구조는 승계 시나리오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SK㈜ 계열의 바이오사업 핵심은 SK바이오팜이다. 세노바메이트라는 선대회장 유산인 '신약'을 기반으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지주사 SK㈜ 역시 바이오 사업의 핵심이다. 전반적으로 신약·판매·생산 등의 밸류체인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전략이다.

SK바이오팜 외 SK㈜ 계열 바이오사업으로는 SK팜테코를 중심으로 CMO 사업부을 하는 SK바이오텍, 미국 CMO 앰팩, 세포 유전자 치료제 CMO 이포스케시 등이 있다. 이들 매출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만큼 5000억원 안팎의 실적을 기록하는 SK바이오팜을 압도한다. 따라서 사실상 바이오사업의 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에 대한 지배권 획득이 중요하다.

SK그룹이 이 같은 지배구조를 어떻게 승계로 연결할 지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현재로선 지분 승계보다는 사업 전권을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로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 지분승계로 각 사업을 분할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관련 사업 전권을 확보하는 방식의 또 다른 승계방식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시나리오일 뿐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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