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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아시아나항공, 영구CB 깊어지는 내상…차환 '진땀'

늘어지는 대한항공 피인수에 '한숨', 스텝업 조항에 산은 채권 금리는 10~12%까지 상승

박기수 기자  2024-06-20 15:33:31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 위기와 팬데믹으로 인한 재무 내상, 대한항공 피인수 등 현금흐름 관련 이슈가 산재한 아시아나항공이 영구전환사채(영구CB) 차환을 통해 조달 금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으로의 피인수 시일이 길어지면서 기존 발행했던 영구CB의 금리 스텝업(Step-Up) 조항이 발동되는 등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영구CB로 영구CB 막기, 2019년 이후 8차례 발행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18일 이사회를 통해 30년 만기의 전환사채(105회) 1750억원을 발행하는 건을 의결했다. 인수자는 대한항공으로 금리는 5.1%다.

이번 발행은 2022년 아시아나항공이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영구CB(103회)를 상환하기 위한 '차환용' 발행이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보장 수익률 5.1%로 1750억원의 영구CB를 발행했다. 금리 스텝업(Step-Up)은 발행 후 2년 뒤인 이달 10일로 3%와 조정금리가 발행 금리에 가산됐다. THE CFO 취재에 따르면 조정금리까지 반영한 최종금리는 8.5% 수준이다.

2년 전 증권사가 인수했던 영구CB를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그림이 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조달 금리를 8.5%에서 5.1%로 낮췄다.

이번 105회 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이후로 수 차례 영구CB를 발행했다. 이중 이번 케이스처럼 상환이 완료된 것도 있고 아직 미상환인 채권들도 있다. 일부만 상환된 건도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부터 총 8차례 영구CB를 발행했다. △92회차(4000억원) △93회차(1000억원) △97회차(3000억원) △98회차(3000억원) △99회차(600억원) △103회차(1750억원) △104회차(3000억원) △105회차(1750억원)가 모두 영구CB 형태다.

이중 97회차는 2022년 7월 1800억원 규모가 상환돼 1200억원의 잔액만 남아있다. 98회차 3000억원과 103회차 1750억원은 104회차와 105회차가 발행되면서 자동 상환됐다. 현재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영구CB 잔액은 1조1550억원이다.

새로운 영구CB를 발행해 증권사향 영구CB를 상환한 이번 케이스처럼 작년 말에도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3000억원의 영구CB를 재발행하면서 일전에 발행했던 영구CB를 상환했다. 상환 트리거는 금리 스텝업이었다.

2020년 발행했던 대한항공향 영구CB(98회차)의 발행 금리는 7.2%였다. 여기에도 발행 후 2년 뒤 금리 2.5% 스텝업 조항이 걸려있었다. 여기에 이 채권의 경우 조정금리의 압박도 컸다. 조정금리는 '발행일 후 2년차 2영업일 전 시점의 2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 - 발행일 2영업일 전 2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었는데 계산하면 약 2.8% 수준이다. 기존 발행금리에서 스텝업 금리와 조정금리까지 가산돼 최종 금리가 12.5%까지 뛰었다.

심지어 이 98회차 채권은 스텝업 직후에 차환이 이뤄지지도 못했다. 12.5%의 금리가 적용된 후 1년 뒤인 작년 말이 돼서야 차환이 완료됐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고금리를 1년이나 버틴 셈이다. 차환 후 금리는 4.7%로 크게 낮아졌다.

△산은·수은 인수 영구CB, 2단계 스텝업 적용…금리 10~12%

이게 끝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발행한 영구CB도 스텝업·조정 금리가 모두 적용돼있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영구CB 이자 부담의 근원은 사실 여기에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4월 말(92회차), 2019년 6월 말(93회차), 2020년 6월 말(97회차)에 각각 4000억원, 1000억원, 3000억원을 국책은행에 발행했다. 앞서 언급됐 듯 97회차는 1800억원이 상환돼 현재 잔액은 1200억원이다. 발행 금리는 모두 7.2%다.

세 영구 CB 모두 스텝업 조항은 동일하다. 발행 후 2년 뒤부터 발행 금리에 2.5%와 조정금리가 가산되고 5년 뒤부터는 1년 마다 0.5%가 더 붙는다.

2019년에 발행된 92회차와 93회차는 2년 스텝업 조항과 5년 스텝업 조항이 모두 가산돼있다. 여기에 조정금리까지 적용돼 현재 적용 금리는 각각 11.4%, 10.2%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분 상환된 97회차의 경우 아직 5년 스텝업 조항은 적용돼있지 않지만 2년 스텝업 조항과 조정금리를 고려하면 현재 적용 금리가 12.4%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92·93·97회차 영구CB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이뤄진 직후 상환될 여지가 많은 금액이다. 대한항공이 참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최종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은 고금리의 영구CB를 상환하고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다만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인수 작업이 만 4년이 되도록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이자를 받는 입장인 국책은행 대비 잃을 것이 많은 쪽이 아시아나항공이다. 금리 인상기에 맞물려 예상 외로 높게 발생한 '조정금리'와 늘어지는 인수 시일 탓에 온갖 스텝업 조항을 모두 적용받으면서 이자비용이 대거 발생한 상황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아쉬운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취득한 후 빠른 시일 내 합병을 통해 통합 FSC 법인을 탄생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시점 아시아나항공의 고금리 부담은 추후 탄생할 통합 FSC의 재무 내상으로 남아있을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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