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을 위한 최대 난관인 '화물 사업부 매각'을 결정한 가운데 올해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6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이 유출(-)로 전환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입(+1조5821억원)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항공기 도입을 포함한 투자활동과 부채 상환을 비롯한 재무활동에서 대규모 현금 유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 안정성 향상에 현금을 쓴 것으로, 현금흐름상으로는 경영 정상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이러한 현금 지출이 미래 현금창출력 향상으로 이어지느냐다.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22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5869억원 대비 45%(2646억원) 줄었다.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하면 감소율은 51%(3309억원)로 더 커진다. 올해 들어 현금 확보보다는 지출에 집중하는 운용 전략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부채 줄이고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1년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가장 많이 현금 지출한 5곳은 △단기차입금 순상환(7770억원) △리스부채 상환(4997억원) △유형자산 취득(4321억원) △이자지급(2920억원) △보증금의 증가(974억원)이다.
여기서 순상환은 1년 만기로 빌린 돈보다, 1년 만기로 빌린 돈을 갚은 돈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금 지출 1위와 2위가 모두 부채 상환이다. 차입금과 리스부채 모두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이자발생부채로 현금흐름에 지속해서 부담을 준다.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현금 지출 4위가 이자지급일 정도로 이자발생부채는 아시아나항공의 골칫거리다. 이자발생부채는 이익 감소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이 적정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이를 줄이기 위해 현금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어 현금 지출 3위에 해당하는 유형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항공기'와 '리스항공기', '리스사용권자산' 등이다. 항공기는 구입한 항공기, 리스항공기는 빌린 항공기, 리스사용권자산은 빌린 항공기자재 등이다.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자산이 유형자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리스항공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리스사에 보증금을 줘야 한다. 전세 세입자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현금 지출 4위인 보증금 증가는 리스항공기와 리스사용권자산을 추가로 도입했다는 걸 가리킨다.
◇현금창출력 좌우하는 '선수금' 정리하면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상환과 사업 확장 위한 투자에 가장 많은 현금을 썼다.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전인 금호그룹 안에 있을 때는 부실 계열사들을 지원하는데,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나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긴축경영(투자 최소화)에 집중하면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안정화는 후순위었던 데에서 탈피했다.
관건은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역시 '업황'이다. 업황 악화는 선수금(고객들이 미리 결제한 항공권 값) 감소로 이어진다.
올해 9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선수금으로 255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913억원의 순손실에도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이 유입(+)을 나타낸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선수금으로 확보한 현금은 3392억원으로 올해보다 25%(837억원) 많았다. 적어도 올해 여객운송을 포함한 업황이 둔화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익 감소의 원인인 '고환율'은 현금흐름에는 정반대 효과를 줬다. 외화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가손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금흐름에는 동일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올해 9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고환율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등에도 3089억원의 현금 유입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