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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배 상승했다는 SK 주식…'시간' 둘러싼 논쟁점

판결문서도 2009년 혼인 파탄…법조계 "관계 악화 후 기업가치 제고 기여는 논란 여지"

박기수 기자  2024-06-18 14:33:45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계산 오류 수정이 두 사람의 구체적인 재산분할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혼인 관계 파탄 시점이 2009년이란 점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SK의 주가 성장과 그에 대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 비교 시점은 2009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산 분할액의 규모는 대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항고심이 유지된다면 SK그룹은 최 회장의 개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배구조까지 격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최종 판결 내용이 바뀐다면 SK로부터 수령하는 배당금 선에서 재산 분할액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18일 THE CFO 취재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 관계 파탄 시점에 따라 재산성장기여에 대한 논쟁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의 혼인관계 파탄 시점은 2009년으로 당시는 SK C&C가 상장할 때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결문에 보면 두 인물의 혼인 관계가 파탄 났던 시점은 2009년"이라면서 "항고심 재판부의 판결에 따르면 혼인 관계가 파탄난 이후에도 노 관장이 SK의 주식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는 것인데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판결문에는 최 회장이 늦어도 2009년 초경에는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가 파탄났다는 식의 표현이 있다. 판결문에서는 이를 '부정행위'로 표현했다. 즉 해당 시점 이후에는 노 관장이 SK의 주식 가치 제고에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서울고등법원은 경정 조치 이후에도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 경영인이라고 판단했다. 1998년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가 100원이 아닌 1000원이었고 선대 회장의 재임 기간동안 125배의 가치 상승이 이뤄졌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후 현재 SK(대한텔레콤)의 주식이 16만원 선까지 상승했으니 최 회장 시절 160배의 상승이 있었다는 것이다. 160가 125보다 크기 때문에 최 회장의 경영활동에 의한 기여가 선대 회장보다 크다고 봐 최종 판결을 바꾸지는 않았다.

다만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났던 2009년 이후 노 관장의 SK 주식 가치 기여분을 '0'이라고 보면 최 회장의 SK 성장 기여도는 160배가 아닌 35.5배 가량으로 줄어든다. 2009년 말 SK C&C(대한텔레콤) 상장 당시 주가가 3만5650원이었다는 점을 기반으로 한 계산이다. 이 경우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이 아닌 상속형 경영인이 돼 SK의 주식이 '특유재산'으로 분류, SK의 주식이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여지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항소심 판결 이후 SK그룹은 조 단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 지배구조 개편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다. 개인 송사를 위해 시가총액 2위 그룹의 사업 구조까지 대격변할 가능성도 업계는 내다봤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2심 판결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최 회장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과 그간 SK로부터 수령한 배당금 등을 통해 재산 분할액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SK의 보통주 1297만5472주를 보유한 단일 최대 주주로 매년 SK로부터 배당금을 수령한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5년 동안 수령한 세전 배당금 총액은 3893억원이다. 올 초에는 작년 실적을 기반으로 649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배당 소득세를 고려하더라도 5년간 수령한 세후 배당금만 2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항소심 결과를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사건을 환송하는 것이 SK 입장에서는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라면서 "고법이 경정 조치가 판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SK는 이 점을 계속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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