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가 파트너사 SK플래닛과의 지분 교환을 위해 전환사채(CB)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위메이드가 SK플래닛 구주를 200억원에 사들이면, SK플래닛은 위메이드가 신규 발행하는 CB를 200억원에 인수하는 구조다. 양사는 사실상 200억원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서로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갖게 된다.
양사의 파트너십은 CB 발행 구조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다. 위메이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만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다. CB로 인한 위메이드 소액주주의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SK플래닛이 배려한 모습이다. 반대로 위메이드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SK플래닛이 투자원금을 비교적 자유롭게 회수할 수 있게 양보했다.
◇위메이드, CB 발행으로 SK플래닛 투자금 회수 위메이드는 오는 22일 권면총액 200억원 규모 4회차 사모 CB를 발행한다. 파트너사인 SK플래닛이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 해당 CB에 잠재된 주식 물량은 보통주 54만4336주(최초 전환가액 기준)다. SK플래닛 입장에서는 향후 전환권 행사를 통해 위메이드 지분 1.59%를 확보할 수 있다.
4회차 CB의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6%로 책정됐다. CB 만기(2028년 9월 22일) 전까지 별다른 이자 부담은 없는 셈이다. 위메이드로서는 사실상 '제로금리' 차입금을 일으킨 것과 같다. 다만 위메이드 역시 4회차 CB 납입일에 맞춰 SK플래닛 지분(7.08%)을 200억원에 취득할 예정인 만큼 자금 확충보다는 회수에 가깝다.
4회차 CB 전환가액은 기준주가의 105% 수준인 3만6742원으로 정해졌다. 최근 위메이드 주가보다 높다. 게다가 리픽싱 조건도 없다. 설령 위메이드 주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전환가액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투자자인 SK플래닛보다는 발행사인 위메이드에 유리한 조건이다. CB 발행에 따른 주가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아울러 4회차 CB에는 콜옵션(조기상환권) 조건도 달려 있다. 위메이드는 콜옵션을 활용하면 SK플래닛에 투자원금을 되돌려주고 CB를 회수할 수 있다. 콜옵션은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부터 만기 전까지 위메이드 주가(종가 기준)가 20거래일 연속 전환가액의 130% 이상을 유지했을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게끔 했다.
◇위메이드, 풋옵션 조건에선 SK플래닛에 양보 물론 SK플래닛도 안전장치를 걸어뒀다. 위메이드에 투자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조건을 설정했다. 풋옵션을 위메이드 핵심 사업과 연동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CB 풋옵션을 발행사의 사업과 연계해 설정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일반적으로는 CB 발행일로부터 1~2년이 지나야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 정도를 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K플래닛은 위믹스 코인이 증권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국내·외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경우 즉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위믹스 기반 서비스 중 하나라도 정부 승인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 사업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단이 내려질 경우에도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걸었다.
나아가 위믹스 사업과 관련해 위메이드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거나, 그로 인해 위믹스가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는 경우에도 투자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설정했다. 여기에 위메이드가 보유하고 있던 지식재산권(IP)을 상실하거나, 문제가 생겨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경우에도 풋옵션을 행사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위메이드 주가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SK플래닛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혹여 위메이드 핵심 성장동력인 위믹스와 지식재산권 사업에 차질이 발생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언제든지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탈출구를 마련한 것이다. 위메이드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 SK플래닛은 위메이드 CB로는 수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플래닛은 전환권 행사 조건에서, 위메이드는 풋옵션 행사 조건에서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