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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추위 전원 사외이사로' 투명성·독립성 확보 드라이브

이사회 기능 강화, BSM 도입에 선임 사외이사 제도도 시행 중

김위수 기자  2024-06-11 15:07:32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부쩍 이사회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들어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것도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이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첫 발이다. 여기에 더해 이사회의 구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BSM을 도입,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보강할 수 있도록 했다.

BSM을 기반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 구성 과정에 있어 투명성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 롯데케미칼의 구상이다.

◇사추위 구성, 2025년까지 전원 사외이사로

롯데케미칼은 2025년까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추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사추위에는 총 세 명이 있다. 대표이사인 황진구 부사장과 조운행·박지순 사외이사다. 사외이사 1인과 사내이사 2인으로 조합이 이뤄져있다. 2015년부터 롯데케미칼의 사추위 구성은 줄곧 같은 형태를 유지해왔다. 이전까지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각각 한 명씩만 사추위에서 활동하다가 사외이사를 1인 추가했다.

약 10년여 만에 사추위 구성을 바꾸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이사회의 각 위원회는 사외이사가 과반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권고된다. 이중 사추위의 경우 전원이 사외이사인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사추위는 말 그대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다루는 소위원회다.

자칫 이해상충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ESG기준원은 모범규준을 통해 "사추위의 경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롯데케미칼의 이사회 역량 현황표(BSM)

특히 롯데케미칼은 올들어 BSM을 도입하며 이사회의 전문성 및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BSM은 이사회가 얼마나 다양하게 구성됐는지, 구성원들이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졌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표다.

사추위는 BSM을 기반으로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필요한 역량을 가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게 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앞으로도 이사회 구성원을 각 분야의 전문가 및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능한 인물로 구성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B등급' 지배구조, 개선될까

롯데케미칼은 이사회는 올들어 남혜정 사외이사를 선임 사외이사로 추대했다. 선임 사외이사 제도는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제도다. 사외이사 중 대표 자격을 가질 선임 사외이사를 선출해 사외이사 회의 등을 주재, 사외이사의 의견을 의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모범규준에서는 선임 사외이사 역시 이사회 소집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롯데케미칼은 아직 이사회 소집권이 의장에게만 있다. 아직 모범규준 수준에 미치지는 못한 셈이다. 그래도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임해 온 롯데케미칼에 선임 사외이사 자리가 생겼다는 점 자체로 이전보다 한 발 나아간 모습이다.

이에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추진위원회를 설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 관리 체계를 수립했다. 추진위의 위원장은 기술전략본부장(CTO)으로 준법경영본부장(CCO), 인사혁신본부장(CHO), 재무혁신본부장(CFO), 전략기획본부장(CSO) 등 C레벨 임원들과 관련 부서의 부문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추진위를 통해 감지된 리스크는 이사회의 ESG위원회에 보고된다. ESG 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부 이사회 기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거버넌스 체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롯데케미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한국ESG기준원은 롯데케미칼의 ESG 등급으로 B+를 부여했다. 환경이 A, 사회 가 A+, 지배구조가 B 등급으로 나타났다. ESG 세 항목 중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평가된 것이다. B등급은 '다소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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