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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공모채 불안하나…DL에너지, 사모 택했다

5%대 금리로 500억 조달…채권 몸값 상승에도 '보수적' 발행 전략

이정완 기자  2023-05-09 14:23:16
신용등급 A급 발행사인 DL에너지가 이번에도 공모채 발행을 미뤘다. 사모채를 택해 500억원을 마련했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채를 사모채로 갚는 모습이다.

최근 A급 회사채 시장에서 뚜렷해진 옥석가리기 기조 탓에 공모채 발행을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DL에너지는 채권내재등급(BIR)이 실제 등급보다 높아 유통시장의 평가가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지난해부터 사모채 조달 '선회'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L에너지는 최근 사모채를 발행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는 4년이고 금리는 연 5.271%로 정해졌다. 주관사는 IBK투자증권이 맡았다.

DL에너지는 차환 목적으로 사모채를 찍었다는 설명이다. DL에너지는 오는 7월 지난 2021년 발행한 150억원의 녹색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9월에는 3년 전 찍은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다가온다.

곧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는 모두 공모 시장을 통해 발행한 것이었다. DL에너지는 2019년 공모채 시장에 첫 등장한 뒤 2021년까지 매년 공모채를 찾던 이슈어(Issuer)였다.

DL그룹 민자 에너지 디벨로퍼인 DL에너지는 2019년 단기 차입금 상환을 비롯 미국 나일즈(Niles) 발전소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공모채 시장에 데뷔했다. 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했는데 4000억원이 넘는 수요가 몰린 덕에 1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공모채는 지속 흥행을 이어갔다. 2020년에도 500억원 모집에 2350억원 수요를 확인해 1000억원으로 최종 발행했다. 2021년에는 처음부터 모집액을 1000억원으로 늘려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이 역시 완판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공모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모채 시장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5월 3년 만기로 120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주관사는 유안타증권이었다. 올해도 이 같은 발행 전략을 유지한 셈이다.


◇A급 '옥석가리기' 속 신중 기조 유지

DL에너지가 올해도 사모채를 택한 배경으로는 최근 공모채 시장 투자 심리와도 관련이 깊다. 지난달 A급 회사채 시장은 업황과 실적에 따라 투자 수요가 엇갈렸다. DL에너지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0,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받고 있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실시한 KCC건설은 900억 모집에서 130억원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쌍용C&E도 1000억원 모집에 57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동화기업도 5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80억원 미매각이 발생했다.

DL에너지의 경우 최근 실적은 물론 이미 발행된 회사채에 대한 유통시장의 평가도 양호했지만 시장 분위기에 따라 공모채 발행을 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DL그룹 지주사인 DL㈜가 공모채 발행을 결정하면서 DL에너지의 조달 전략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변화가 없었다. DL㈜의 자체 신용등급은 'A+'이다.

DL 1분기 IR 자료

DL에너지는 올해 1분기 매출 443억원, 영업이익 38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 16%, 65%씩 상승했다. 지난해 투자한 미국 페어뷰(Fairview) 천연가스 발전소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채권내재등급(BIR) 역시 실제 등급보다 높은 상태다. 나이스씨앤아이에 따르면 DL에너지의 BIR은 'A+'로 회사 신용등급보다 한 노치 더 높다. BIR은 발행사의 신용상태를 유통시장 수익률과 스프레드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유통시장에선 DL에너지의 신용등급을 'A+'로 매긴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DL에너지가 공모채 발행을 위해 시장과 특별히 논의하는 내용이 없다"며 "최근 투자 분위기를 감안해 사모 시장에서 투자자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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