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코카캐리어스가 현대자동차·기아와 맺은 차량운송 계약이 올해 종료된다. 현대차·기아가 유코카캐리스의 지분 20%를 보유한 3·4대 주주이고, 설립 이후 22년간 재계약을 맺은 점을 고려하면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역시 '물량'이다. 재계약 때마다 현대차·기아가 주문하는 약정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코카캐리어스는 2002년 설립됐을 때 현대상선(현 HMM)의 자동차 운송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해당 부문의 계약도 이전받았다. 이전받은 계약 중 하나가 현대상선이 그해 현대차·기아와 체결한 '장기 해상운송계약(OCC:Ocean Carrier Contract)'이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현대차·기아가 해상으로 수출하는 물량(약정수송량)의 100%를 유코카캐리어스가 책임진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약정수송량의 80%, 단 유럽과 미주 동부연안 물량은 100% 맡는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약정수송량의 65%를 가져간다.
계약 내용은 2008년 일부 수정됐다. 2009년까지 약정수송량의 100%를 유코카캐리어스가 책임지고 2010년부터 2011년까지는 단계적으로 약정수송량의 85%에서 65%로 줄인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약정수송량의 최소 60%를 맡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최소 60%를 현대차·기아가 유코카캐리어스에 맡기기 위해 '노력한다'로 바뀐다.
일부 내용이 변경됐지만 현대차·기아가 유코카캐리어스에 주문하는 물량을 점점 줄이는 기조는 변함없었다. 이 점은 이후 계약 기간 중간에 내용을 변경하고 갱신할 때도 유지됐다. 유코카캐리어스가 맡는 물량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약정수송량의 50%로 하향 조정됐고 2018년부터 2024년 올해까지는 약정수송량의 40%로 재조정됐다.
양사 간 계약 물량이 줄어든 건, 현대차·기아가 그룹 내 물류·운송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에 맡기는 물량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령 2003년 유코카캐리어스가 현대차·기아로부터 거둔 매출은 총 7274억원으로, 같은 해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기아와 거래로 올린 매출 5575억원보다 약 1700억원 많았다.
20년이 흐른 2023년을 보면 두 운송 기업의 위치가 바뀌었다. 지난해 유코카캐리어스가 현대차·기아로부터 거둔 매출은 총 7463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기아와 거래로 올린 매출은 총 2조6243억원으로 약 5배 증가했다. 현대차·기아의 해외법인으로까지 넓히면 이 숫자는 더 커진다.
현대차·기아가 현대글로비스를 키운 건 현대글로비스의 목적 중 하나가 정의선 회장의 승계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그룹 상장사 12개 가운데 정 회장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배당금 수취 등으로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유코카캐리어스가 현대차·기아와 맺은 계약(약정수송량 40%)은 올해 종료된다. 현대차·기아가 2002년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지분 20%를 보유한 대주주이고 매년 7000억원 안팎의 거래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양측은 재계약 협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기아의 수출 물량이 어느 때보다 늘어난 점도 유코카캐리어스를 필요로 하는 점이다.
관심사는 역시 그간 줄어든 약정 물량이 또 감소할 것인지, 혹은 증가할 것인지다. 유코카캐리어스는 현대차·기아가 약정 물량을 꾸준히 줄이자 최대주주인 빌헬름센과 거래를 늘려 매출 감소를 방어했다. 지난해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유코카캐리어스의 협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업황도 유코카캐리어스에 긍정적이다. 회사 측은 "로로(RoRo) 용량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로란 승용차나 트럭 등을 운반하는 선박을 통칭한다. 자동차 전용운반선으로, 컨테이너선으로 자동차를 옮길 때보다 속도와 안전, 통과 절차 등에서 우위에 있다. 회사는 지난해 중국 조선사와 4척의 자동차 전용운반선 건조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