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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디지털 '인오가닉' 이후, 새판짜는 성장 전략

[사업전략]③제일기획·이노션, M&A 주도…브랜드 '통합' HS애드

김동현 기자  2024-05-09 15:45:1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대기업 계열의 광고 대행사인 제일기획(삼성)과 이노션(현대차), HS애드(LG)는 그룹의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국내 광고시장에서 상위권을 형성했다. 탄탄한 그룹 물량이 뒷받침하며 취급액 상위 3사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들에게 남은 고민은 글로벌 진출과 디지털·콘텐츠 사업으로의 전환이었다.

설립 시기(제일기획 1973년·이노션 2005년·HS애드 1984년)에서 알 수 있듯이 3사는 TV·라디오·인쇄 등 전통매체 광고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여전히 해당 매체의 광고 취급액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온라인·모바일)로의 전환이 늦었다고 볼 순 없지만 디지털 전문 광고대행사가 등장해 이들을 뒤쫓고 있다. 인수합병(M&A) 전략의 기반에 글로벌과 디지털·콘텐츠라는 키워드가 동시에 담긴 배경이다.

3사 중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에 중점을 두고 M&A 시장에 활발히 얼굴을 비친 곳은 이노션이다. 최근까지도 합작사 설립, 지분투자 등에 나섰다. 제일기획과 HS애드는 신중 모드로 돌아서며 해외 사업장 구조 재편에 보다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전략 중심에 들어온 디지털·글로벌 환경 변화

2010년대 중반까지 3사의 광고 취급액 중 디지털 매체 비중은 10%대 수준이었다. 2015년 제일기획이 총취급액(5조660억원) 중 19%를 디지털 분야로 채워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고 이노션과 HS애드의 디지털 취급액 비중은 각각 15%와 13%였다.

합회 발표 기준 총취급액 중 디지털 취급액을 추산한 비중


디지털 전문 광고사가 하나둘 시장에 진입하던 상황에서 기존 대기업 계열사는 미래 투자 차원에서 디지털과 콘텐츠, 데이터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존 해외 법인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사업자 중심으로 글로벌 M&A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발굴·검토 중이라고 시장과 소통했다. 이미 일본 광고기획사 하쿠호도와 합작사(하쿠호도제일)를 설립한 경험이 있는 제일기획은 2000년대 들어 영국 비엠비, 중국 펑타이 등을 인수하며 현지 광고주를 늘려왔다.

이후에는 영국 아이리스월드와이드홀딩스(디지털 마케팅·2015년), 캐나다 프라이싱솔루션(마케팅 컨설팅·2017년), 영국 아톰42(디지털 마케팅·2017년) 등을 인수했다. 2010년대 인수한 사업자들의 공통점은 해외에 거점을 뒀을 뿐 아니라 제일기획이 투자 시 중점을 둔 디지털·데이터 전문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중 아이리스홀딩스는 제일기획의 투자 주체로 나서 해외 중간지주 역할을 했다.

이노션도 글로벌 M&A에 적극적으로 나선 광고 사업자다. 2015년 상장한 이 회사는 2017년 기업설명회(IR)부터 주요 사업전략으로 '인오가닉 성장'을 명시했다. 2015년 미국 호라이즌과 합작사 캔버스월드와이드(2022년 잔여지분 49% 인수)를 설립하며 글로벌 성장 기반을 마련했고 2018년 미국 D&G(광고제작·2018년), 호주 웰컴그룹(디지털 마케팅·2019년)을 연결 편입했다. 이노션의 경우 2018년 이후 한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디지털·콘텐츠 제작사 등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계열 합병·통합 HS애드, 효율화 나선 제일기획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국내외 기업 투자에 열을 올리던 시기, HS애드는 비교적 잠잠하게 시간을 보냈다. 당시까지만 해도 LG그룹 광고 사업은 지주사 지투알이 HS애드와 엘베스트를 두고 사업을 총괄하는 성격을 띠었다. 지투알이 사업에 개입하기 보다 자회사 두곳이 각각의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디지털 전문 광고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투알은 단일 브랜드로 사업을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하반기에 HS애드와 엘베스트를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HS애드로 변경했다. 3사 합병 이후인 2023년 HS애드의 디지털 취급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7663억원이었다. 전체 취급액에서 디지털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7%포인트(p) 오른 42%인 것으로 나타났다.

3사 합병 이후 HS애드는 비주력 해외 사업장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중으로 최근 3년 연속 순손실을 낸 중국법인(Beijing Yuanzhimeng Advertising)을 청산할 계획이다.

이는 제일기획도 마찬가지다. 과거 이노션과 함께 광고업계 '큰손'으로 떠올랐던 제일기획은 최근 2년 동안 10곳이 넘는 해외법인을 정리하며 사업·자산 효율화에 나섰다. 지속적으로 추가 M&A 기회를 엿보겠다는 전략은 유효하지만 내실경영 차원에서 조직을 재정비하며 투자가 중복된 지역의 법인을 청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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