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사들은 대표적인 고배당주다. 당기순이익의 절반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을 배당으로 집행하는 일은 광고업계에서는 흔하다. 배당이 주주환원의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주주환원의 한 방향인 배당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광고사들을 두고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어려운 이유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도 2015년 이후 배당성향을 우상향시키며 배당정책에 힘을 썼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평균 배당성향도 53.9%에 달했다.
◇'PBR 1배' 아슬아슬했지만 결국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노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0일 주가 기준 0.87배로 나타났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의 주가 수준이 자산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저평가'하고 있다고 여길 수 있는 지표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노션이 만년 저평가주였던 것은 아니다. 상장 직후인 2015년에는 PBR이 3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가가 우하향하고, 자본총계가 매년 늘어나면서 PBR 배수는 줄어들었다. 지난 5월까지만해도 0.9~1.1배 사이에서 PBR이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달 들어 PBR이 0.9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2015년 상장 이후 현재까지 자본총계는 약 6200억원에서 9400억원으로 1.5배 늘었고,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원에서 8000억원여로 35% 하락했다. 달리 말하자면 사업활동에서 꾸준히 성과를 창출해 자본총계가 늘어나는 결과를 냈음에도 기업가치는 하락했다는 뜻이다. 이노션의 실적은 2015년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개선돼왔다. 2015년 987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조원대로, 929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은 1500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규모를 확대해 온 총배당금과 주가가 완전히 다르게 움직인 점도 눈에 띈다. 2015년 총배당금으로 180억원을 책정한 이노션은 지난해 470억원을 배당으로 썼다. 연결 배당성향도 같은 기간 25.7%에서 46.2%로 대폭 올랐다. 2021년부터는 중간배당을 시작하는 등 방식으로 배당정책을 강화하기도 했다.
◇백약이 무효, 이노션에 남은 카드는 꾸준한 외형 성장과 배당정책 강화에도 이노션은 기업가치는 떨어지기만 했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요소는 이노션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노션의 자본 활용 방안이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노션이 쥐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올 1분기 기준 545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7880억원)의 69% 수준에 달한다. 부채비율 160%, 차입금의존도가 10% 수준으로 재무건전성이 확보돼 있다. 현금성자산이 차입금보다 약 3000억원 많은 순현금 상태다. 부채 중 대부분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매입채무다. 이를 기반으로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해 온 만큼 M&A를 통해 다시 한 번 성장성 입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노션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개년간 5000억원을 투자해 1조3000억원의 매출총이익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매출총이익은 8500억원 규모였다. 특히 디지털 광고 부문을 집중적으로 육성, 2026년에는 매출총이익을 2022년(2344억원) 대비 145% 성장한 6100억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전략은 M&A다. 목표를 달성하면 3000원대로 유지된 주당순이익(EPS)이 2026년에는 6700원으로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원론적인 방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기업가치 제고를 노린다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같은 자사주 정책도 고려해볼만하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자본이 줄어들어 PBR 배수가 높아지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단 이노션은 설립된 이후 자사주 정책을 활용한 이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