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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

SK텔레콤, 흔들림 없는 SK 자금줄

①SK에 매년 2000억 이상 배당…SK이노·SK스퀘어 '배당구멍' 보완

이민호 기자  2024-05-02 07: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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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적정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재무 리스트럭처링(Financial Restructuring) 전략을 짠다.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부터 계열사 간 통합, 운전자본 최적화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양하다. 미래 현금 창출력 확대를 뒷받침할 재무 구조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을 살펴본다.
SK그룹 지주사 SK는 배당이 가장 중요한 자금원이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에 대한 자금 소요 여파로 현금배당을 중단한 데다 SK스퀘어가 투자형 중간지주사를 표방하며 SK하이닉스로부터의 배당금을 자체 소화하고 있는 탓이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은 매년 2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SK에 올려보내고 있다. SK텔레콤으로부터 끌어올린 배당금은 SK가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 4000억원 가까운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하는 등 자금 소요에 대응하는 데 소중한 재원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 배당금 SK스퀘어 자체 소화…SK에 미지급

SK텔레콤이 SK스퀘어를 인적분할한 것은 2021년 11월이다. SK텔레콤에는 유·무선 통신 관련 사업만 남기고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등 사업을 SK스퀘어로 떼어냈다. SK스퀘어는 투자형 중간지주사를 표방하며 SK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SK쉴더스(옛 ADT캡스·보안), 11번가(이커머스), 원스토어(앱스토어), SK플래닛(플랫폼), 콘텐츠웨이브(OTT), 티맵모빌리티(모빌리티 플랫폼), IDQ(id Quantique·양자보안) 등 자회사를 가져갔다.


SK의 SK스퀘어와 SK텔레콤에 대한 지분율은 30.01%로 동일하다. 인적분할 형태를 취한 덕분이다. SK로서는 SK하이닉스→SK스퀘어→SK와 SK텔레콤→SK를 모두 배당금 수취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 SK스퀘어 영업수익의 사실상 전부인 배당금수익은 2022년 5909억원, 지난해 1771억원이었다. 2022년의 경우 SK플래닛으로부터의 1824억원 규모 크래프톤 주식 현물배당분을 제외하면 현금배당분은 4085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가 2022년 3565억원, 지난해 1753억원을 지급해 배당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1월 발표한 2022~2024년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연간 주당 1200원의 고정배당금에 더해 잉여현금흐름(FCF)의 5%를 추가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배당정책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SK스퀘어가 SK에 배당금을 지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투자형 중간지주사를 표방하는 만큼 2022년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보통주(873억원), 애그테크(Agriculture Tech) 회사 그린랩스 보통주(150억원)와 상환전환우선주(RCPS·200억원), 3D게임 제작회사 해긴 보통주(251억원) 등 투자에 현금이 소요됐다. 하지만 배당금수익 규모를 고려하면 지분투자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대신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사주 취득에 총액 2626억원을 썼다. 이는 SK스퀘어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3~2025년 주주환원정책에 따른 것이다. 경상배당수입의 30% 이상과 투자(Harvest) 성과 일부에 대해 자사주 매입소각 또는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내용이다. 현금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에 매진한 결과다.

오히려 SK스퀘어는 출범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목적으로 일부 자회사 지분을 처분하면서 자사주 취득분을 제외한 대부분 현금을 쌓고 있다. 지난해 7월 SK쉴더스 경영권 지분을 매각해 8600억원을, 9월 나노엔텍 지분 전량을 매각해 515억원을 각각 유입했다. 지난해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5110억원으로 1년 새 3200억원 이상 불어났다.

◇SK텔레콤 배당기여도 최상위 지속…SK이노베이션 '배당 구멍' 보완


SK하이닉스로부터 끌어올린 배당금이 SK스퀘어 내부에서 소화되며 SK에 대한 지급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SK텔레콤은 SK의 가장 확실한 배당수익원으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SK의 전체 배당금수익은 1조388억원으로 이중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2725억원을 책임졌다.

지난해에도 SK의 전체 배당금수익 1조3994억원 중 SK E&S(4816억원)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3000억원) 다음으로 많은 2180억원을 책임졌다. SK텔레콤은 올해 들어서도 지난해 결산배당(총액 2233억원)과 올해 1분기 분기배당(1767억원)을 지급했다. SK가 SK텔레콤으로부터 5월까지 지분율대로 거둬들인 배당금은 1235억원이다.

SK텔레콤의 주주환원정책에 따르면 2021~2023년은 별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자본적지출(CAPEX)을 제외한 값의 30~40%로 배당총액을 결정했다. 2024~2026년은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에 대해 현금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한다. 특히 2021년 2분기부터는 분기배당을 시행하고 있어 SK로서는 분기마다 SK텔레콤으로부터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SK E&S는 도시가스 공급 자회사들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SK의 높은 지배력(지분율 90%)을 바탕으로 전통적으로 SK텔레콤과 함께 SK의 양대 배당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다만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경우 2021년 M14 Ph-2 산업용가스 생산플랜트 매각이익 582억원과 2022년 M16 산업용가스 생산플랜트 매각이익 4683억원 발생에 따라 일시적으로 SK에 대한 배당기여도가 높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의 완전자회사다.

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출처: SK온

특히 SK텔레콤으로부터의 꾸준한 배당금 유입은 또다른 핵심 자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의 현금배당이 주춤한 사이에 단비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연결 기준 2조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낸 여파로 2021년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했으며 2022년과 지난해는 보통주 주주에 대해 현금배당 없이 일부 자사주를 현물배당했다. 올해는 현물배당마저 없는 대신 2월 7936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에 대한 자금 소요가 발생하면서 현금배당 여력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0월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K온을 출범시켰으며 지난해 1월 유상증자로 2조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SK온에 대한 추가 자금 소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SK에 배당금을 올려보낼 여력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은 SK에 현금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의 총액 1조1433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SK가 3939억원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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